ESG 브랜딩 워크북 이야기
오늘은 마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매부리코에 길다란 손톱, 화려한 색상의 독약으로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할머니 마녀 말고요. 다만 약초로 마법을 부리는 것은 맞습니다. 자연의 약초인 허브로 지구에 마법을 부리는 마녀, 로미 프레이저를 소개합니다.
출처: 닐스야드레머디스
닐스야드레머디스는 프레이저가 세운 화장품 회사입니다. 영국의 ‘전통 허브 치유법’을 계승하는 브랜드입니다. 이효리가 사용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고 지금은 인터넷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출처: 허핑턴포스트 UK
사실, ‘마녀’는 마술사가 아닌 학교 선생 ‘로미 프레이저’였습니다. 그런데 건물주인 프레이저의 친구가 자기 건물 중 한 곳이 비자 프레이저에게 제안합니다.
“너, 약국 한번 해볼래?”
학교 선생한테 약국을 하라니? 프레이저가 허브에 대한 지식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친구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프레이저가 온갖 약초로 신묘한 약물을 만드는 마녀의 모습이었겠지요. 사실 프레이저는 시골 출신이었는데, 어릴 적 어머니의 허브티를 자주 먹었다고 합니다. 허브의 효능을 몸으로 느꼈던 거죠. 그리고 허브는 ‘약재’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약국으로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마녀’는 1만 8000파운드 대출을 받아 런던 한복판에 약국을 엽니다. 그리고 뒤편에서 직접 허브를 말리고 갈아 화장품을 만들었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그 약국은 어엿한 화장품 회사가 되고, ‘마녀’는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출처: 트릴팜
하지만 ‘마녀’의 직업은 사업가이기 전에 교사였습니다. 사업이 커갈수록 프레이저는 교육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고 합니다. 결국 2005년에 닐스야드레머디스를 팔고 허브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유기농 농장 ‘트릴팜’을 세웁니다. 트릴팜은 농장이지만 공예 작업실, 식당, 농작물을 파는 가게,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숙소까지 갖춘 시설입니다.
‘마녀’의 손을 떠났지만, 닐스야드레머디스는 프레이저의 뜻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유기농 화장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검증된 유기농 재료를 쓰는 것은 물론, 포장재 사용에도 완벽한 재활용을 추구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순환 경제’의 가장 좋은 예입니다.
“순환 경제는 다양한 ‘re(다시)’ 활동들을 촉발하는데, ‘다시 쓰고’, ‘나누고’, ‘고치고’, ‘재단장하고’, ‘재생산하고’, ‘재활용하는’ 것들이 그 구체적인 요소다. 한 번 사용한 자원, 즉 원재료의 생애를 re 활동으로 계속 이어가면서 폐기물을 가능한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 본문 중에서
“카리스마 할머니”
저자는 그 ‘마녀’를 직접 만난 몇 안 되는 한국인입니다. 저자는 프레이저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내가 프레이저를 트릴팜에서 만난 것은 2016년 가을이었다. (…) 불과 한두 시간의 대화였지만 그녀의 총기와 섬세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 허브의 품종, 농사의 방식, 요리의 규칙에 이르기까지 이 공간에서 성과를 내는 모든 원리들에 대해 그녀가 매우 빠삭하게 꿰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직 정정한 ‘마녀’에겐 두 딸이 있는데, 어머니 일을 돕는 중입니다. 두 예비 마녀가 어떤 마법을 부릴지 기대되네요. 단, 어머니의 마법처럼 따뜻하고 강력했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