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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톤 Nov 09. 2018

2019년 우리의 삶 : 부장님의 2교시

트렌드노트 생활변화관찰기 저자들의 대화

2019년 우리가 마주할 일상을 다룬 책 <트렌드 노트 생활변화관찰기>의 저자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은근슬쩍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 현상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차례 나눠보려 합니다.  



<2018 트렌드 노트>에서는 주말의 일상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2019 트렌드 노트>에서는 주중의 일상에 대해 다룬다. 특히 주52시간제가 어떤 점에서 우리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김 :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야근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퇴근 후에 아르바이트도 가끔 한다는데, 가외소득이 짭짤하다고 해서 부러웠습니다. (웃음) 


염 : 제 친구들은 아직 싱글들이 많은데, 이들이 실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아침의 회사 풍경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어차피 야근을 해야 하니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지는 않았대요. 이제 야근이 없어졌는데 일의 양은 똑같으니 아침부터 바쁘게 보내는 거죠. 그러다 오후 4~5시쯤 되면 퇴근 후에 뭘 할지 생각하며 좀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고요. 

또 자율출근제 회사가 많아지면서 아침 7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는 친구도 있어요. 하루가 그만큼 길어지는 거죠. 실제로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은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해요. 야근 없고 회식 없으니까요. 


김 : 반면 주52시간만 채우면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매니저들 입장에서는 힘든 점도 있다고 해요. 어느 팀장은 팀원이 월화수목에 52시간을 다 채우고 금요일이 되면 사라진다고 하고요. 금요일에 급한 회의라도 잡히면 팀장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 되는 거죠. 대략의 일정표를 공유하긴 하지만 팀장이 팀원들 일정을 일일이 다 기억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고요. 


염 : 그래서 실제 금요일에는 미팅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해요.  


박 : 어느 대기업 팀장님은 "5시 30분이면 직원들이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분명히 6시까지는 근무시간인데 말이죠. 



기존에는 9to6라는 커다란 사회적 룰 같은 게 있었는데 한쪽에서 그게 깨지기 시작한 듯하다.  


김 : 2021년에는 전 사업장으로 주52시간 근무제가 확대될 테니, 그때쯤 되면 또 한 번 사회적 파장이 있을 거 같아요. 시간관리 관련 책도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신 : 아무래도 관계 중심적으로 일하기보다는 과업(task) 중심으로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부장의 저녁에 주목하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신 : 젊은 친구들은 저녁에 수업을 들으러 간다든가 취미활동을 하는데, 부장님 급은 반려동물 등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걸 찾는 것 같아요. 아직 외부활동을 활발히 하지는 않는 것 같고요.  


박 : 일하느라 한 번도 주말 일정을 잡아본 적이 없던 부장님들이 이제 인생 처음 주말 일정을 잡는 것 같더라고요. 


염 : 부장급보다 위인 50대는 차라리 동창들과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요. 


김 : 부장 또래는 친구들과 만나도 우울한 얘기가 많거든요. 누가 창업했는데 안 됐다더라 하는 등. 40대 후반~50대 초반은 혼자서 활동해본 적이 별로 없는 연령층이죠.  


이 : 그 연령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머지않아 은퇴하면 고립되고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부터 취미생활 하나를 잡아서 노년을 준비해야겠다 싶은 의무감도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공방에 다니시는데, 40~50대 남자분들이 많이 온다고 해요.  


염 : 그런 분들에게 요즘 <도시어부>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죠. 낚시도 그렇고, 스크린골프도 많이 치는 것 같아요. 필드에 나가는 건 부담스러우니까요.  


신 : 점점 아지트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김:  이런 분들이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집에 있으면 편하겠지만 가족이 반기지 않으니. (웃음) 매일 저녁 먹고 들어오던 사람이 일찍 오면 신경 쓰이고... 


염 : 가끔 PC방을 가보면 저녁 6~7시쯤에 아저씨들이 와서 게임도 안 하고 야구 보고 가세요. 라면도 먹고.  


이 : 공방에도 냉장고도 있고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도록 다 구비돼 있다고 해요. 거기서 아침점심저녁을 다 드시고 간다는 거죠. 


이 : 평생을 회사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갑자기 일찍 가라고 하는 건 사실 무책임한 처사이기도 해요.  


김 : 어찌 보면 주52시간제의 가장 큰 피해자가 이들 아닐까요. 소수자이자 약자일 수도요. 야근 없이 업무를 다 한다면 오너들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제 팀장, 부장들은 일이 남았는데 직원들은 퇴근해서 난감하고. 


이 : 모바일오피스를 먼저 도입한 회사들은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회사 네트워크에 로그인하지 않으면 업무를 보는 게 불가능한 회사도 있고요. 이런 시스템이 있으면 재택을 하더라도 근태관리를 일반 회사보다 더 엄격하게 할 수 있죠. 로그인으로 근태관리가 되니까. 개인도 자기 일정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고요. 그런데 이런 시스템 정비 없이 갑자기 도입하니 더 혼란스러운 것 아닐까요.  


김 : 회사 안에서도 52시간제 때문에 오히려 더 치열하게 생활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미국처럼 철저하게 성과를 기반으로 칼같이 자르게 될 것 같아요.  


주52시간제가 낳은 풍경, 부장님의 2교시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조금씩 바뀌어가는 우리의 생활, 그러나 어느덧 훌쩍 변해버린 우리의 가치관과 삶. 
<2019 트렌드노트 생활변화관찰기>는 양쪽을 모두 들여다봅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1인용 삶로 대변되는 2019년 트렌드가 궁금하신가요?
저자들과 함께하는 북토크가 11월 20일(화) 오후 7시 30분에 다음소프트 한남동 사옥에서 열립니다. 
자세한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http://bitly.kr/t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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