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사이에 선 우리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_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by 서수정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스치지 않았을까.

바르게 살아가는 얼굴 뒤에는 자유롭고 충동적인 또 다른 내가 숨어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이 숨겨진 내면의 목소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 준다.

지킬은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의 실험은 곧 스스로의 파멸을 불렀다.

하이드는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싶던 '진짜 나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인간 내면을 찢어 놀은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가.


작품 속 지킬의 고백은 우리의 삶에도 고스란히 겹쳐진다.


"극단적으로 다른 쌍둥이가 고통스러운 의식의 자국 속에서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저주 아니겠는가"


도덕과 욕망, 절제와 쾌락, 빛과 그림자.

인간은 언제나 그 경계에 서 있다.

그 싸움은 괴기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이다.

때로는 어른스럽게 고개를 꽃꽂이 들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유를 향한 불온한 욕망이 고개를 든다.


중요한 것은 어둠을 지워버리려 애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그림자를 외면한 지킬은 결국 그 그린자에게 삼켜졌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이 있다.

어둠을 껴안으면서도 빛을 향해 걸어가는 것...

철학자 '융'이 말했듯이, 그림자는 우리가 끝내 마주해야 할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그 싸움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인간으로 성숙해 간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결국 인간의 이중성을 고발하면서도 동시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어떤 얼굴을 택하느냐에 따라, 그 이중성은 파멸될 수도, 성숙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나약하고 흔들리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추락할 필요도 없다.

인간의 나약함을 안다는 것은 곧,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둠이 있다는 사실이 빛의 가치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는 그림자를 인정함으로써 더 넓은 삶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남겼다.

"나는 어떤 얼굴로 오늘을 살아갈 것인가?"

답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모두 어둠과 빛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모순을 안은 채 서로에게 따뜻하게 소을 내밀 때 삶은 더 이상 추락이 아니라 성찰과 성장의 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흔들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 어디로 걸음을 옮기는가라는 사실이다.

오늘의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내일의 나는 어떤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이자 희망이다.

그리고, 빛과 그림자 사이에 선 우리는 어쩌면 그 길에 홀로 남겨진 인생의 등불 같은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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