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300, 혈압 190
혈당 300, 혈압 190
그 수치를 마주하는 순간, 마치 사이렌이 울리는 듯했다. 그러나 사실 내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 언어를 알지 못했고, 알면서도 외면했다.
가족과 함께한 식탁에서 물을 따라주다가, 잔이 이미 가득 찼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해 넘치게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순간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몸이 내게 보낸 명백한 경고였다. 늘 목이 말라 물을 많이 찾았고, 피곤했지만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세 시간, 네 시간만 자고 다시 일어나던 생활의 연속이었다.
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를 빼곡히 채우던 날들.
나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했고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내 몸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피곤함, 갈증, 잦은 두통, 가슴 두근거림… 그 모든 작은 증상들은 몸이 내게 건네던 대화였다.
그러나 나는 들을 줄 몰랐다. 아니, 애써 외면했다. 더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더 알고 싶다는 열망 속에서 몸은 늘 뒷전이었고, 결국 경고는 숫자로, 통증으로, 두려움으로 찾아왔다.
“이대로 두면 큰일 납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경고라기보다 선언처럼 들렸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건강은 언제나 주어진 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돌보고 지켜야 하는 것임을.
절망의 순간에도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책과 신앙이었다. 흐려지는 시야를 비집고 읽어 내려간 문장들은 내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고,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갈 때 영혼은 흔들리지 않았다.
책은 내 마음의 근육을 길러주었고, 신앙은 내 영혼을 단단히 세워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
몸을 돌보는 일.
몸은 가장 먼저 진실을 말한다.
그리고 그 신호에 귀 기울일 때, 마음과 영혼도 온전히 제 자리를 찾는다. 책과 신앙이 내 삶을 붙잡아 주었듯, 이제 나는 내 몸의 언어에도 귀를 기울인다.
나는 이제 책을 읽기 위해 걷고, 걷기 위해 책을 읽는다. 보이는 동안 끝까지 읽고, 숨 쉬는 동안 끝까지 찬양하며 살아가려 한다.
몸은 언제나 가장 먼저 나를 향해 진실을 말한다. 그 신호를 알아듣지 못하면 삶은 금세 무너진다. 하지만 그 경고에 귀 기울일 때,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책과 신앙이 내 마음과 영혼을 붙잡아 주었듯, 이제는 몸 또한 지켜가야 할 나의 사명임을 안다.
흐려지는 눈에도, 지쳐가는 몸에도, 나는 여전히 삶을 붙들 것이다. 그것이 나를 살린 독서와 신앙에 대한 응답이며, 내게 주어진 오늘을 사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