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운동장 위의 발걸음과 옆에 놓인 책
코로나 시절, 내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혈당은 300을 넘었고 혈압은 190까지 치솟았다. 병원에서 의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운동은 몸매를 가꾸거나 다이어트를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게 운동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나는 걷기 시작했다.
퇴근 후 운동장과 천변을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겨우 6천 보를 채우는 것도 힘겨웠다. 시간은 도무지 흘러가지 않았고, 만 보라는 숫자는 까마득하게 멀어 보였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정말로 끝이라는 생각이 온몸을 붙들었다.
그 다짐 하나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이를 악물고 걸음을 이어갔다.
걷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식탁 위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먹는 순서를 바꾸고, 먼저 양상추와 샐러드로 시작해 단백질과 생선을 천천히 씹어 삼켰다. 밥은 공기의 3분의 2만 허락했다.
그 당시 나는 커피믹스와 아메리카노를 물보다 더 많이 마셨다. 커피 없이는 못 살 정도로 마니아였다.
커피믹스가 혈당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결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루 여덟, 아홉 잔씩 마시던 믹스커피는 단번에 끊어냈다. 그 작은 결심 하나가 혈당을 눈에 띄게 낮췄다. 몸을 무너뜨린 것도 습관이었고,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습관이었다.
몸이 조금씩 달라지자 마음도 움직였다.
큰아이는 대학에 입학했고, 둘째는 고등학생으로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늘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생활기록부에 어떤 책을 남길지 고민하며 달려왔다.
그러나 정작 나를 위한 책은 없었다. 아이들의 성장 곁에 서 있던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기 위해 운동했다면, 이제는 살아가기 위해 독서를 시작해야 했다.
그때 만난 것이 MKYU(김미경 유튜브대학)였다. ‘열정대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다시 배움의 길에 들어섰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면서 잊고 있던 설렘이 되살아났다. 인스타그램에 책 읽기를 기록으로 남기며 나만의 독서 루틴을 만들었고, 혼자 하기 어려운 것은 독서 모임에서 나누며 함께의 힘을 배웠다. 아이들과 함께한 독서가 끝난 자리에 드디어 나를 위한 독서가 시작된 것이다.
그 후로 6년 넘는 세월 동안 운동과 독서를 병행하며 나는 단단해졌다. 몸은 날마다 강해졌고, 마음은 책을 통해 깊어졌다.
김헌 교수의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만난 말, “숙고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 그 문장은 내 삶을 다시 정의해 주었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돌보고 지켜야 하는 것임을, 그리고 몸과 마음과 영혼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삶이 온전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걷기 위해 읽고, 읽기 위해 걷는다. 살아 있음은 곧 배우는 일이며, 배우는 일은 곧 살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두려움 앞에서도 나는 책과 발걸음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를 살렸고, 앞으로도 나를 살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