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흐려지는 글자, 밀려오는 슬픔

코로나 시기 흐려지는 시야

by 서수정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이 멈출뻔한 순간 나는 코로나시기에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었던 어느 날, 나는 그저 새 안경을 맞추기 위해 안경점을 찾았다.
다초점 렌즈가 잘 맞지 않아 흐릿하게 보였고, 단순히 도수가 맞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경사는 내 눈을 오래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시력이 교정이 잘 안 되는데, 안과에서 검사를 받아보셔야겠습니다.”
작은 불편을 해결하려던 발걸음이,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안과에서 받은 진단은 충격 그 자체였다.
망막에 출혈과 부종이 있었고, 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의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순간 눈앞이 더 아득해졌다. 당장 앞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흐려지는 시야는 언젠가 닥쳐올 어둠을 예고하는 듯했다.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으며, 치료와 관리가 필수라는 말을 들었다.
망막 주사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 없이는 시력을 지키기 어렵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두려움보다 먼저 밀려온 감정은 슬픔이었다.
책을 읽지 못하면 어쩌나…. 책은 내 삶의 버팀목이었다. 활자가 흐려지고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은, 나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찬양대에서 악보를 보지 못하면 어떻게 찬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이어졌다. 코로나 시절에도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진 채로 노래하며 마음을 지탱해 왔는데, 이제 악보마저 흐려진다면 나의 작은 기쁨까지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 나를 붙잡아 준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독서였고, 또 하나는 신앙이었다.
흐린 시야를 비집고 책장을 넘기며 한 문장 한 문장을 더듬어 읽을 때마다, 그동안 책을 읽으며 키웠던 마음속 단단한 근육이 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나는 무릎 꿇고 기도했다.
“하나님, 저를 붙잡아 주세요. 다시 찬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는 내 마음의 울음을 달래주었고, 책 속 문장은 다시 살아갈 힘을 일깨워주었다.

“보일 때라도 열심히 읽자. 볼 수 있을 때라도 끝까지 찬양하자.”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하루를 이어갔다.
독서와 신앙은 무너져가는 나를 지탱해 준 두 개의 기둥이었다. 책은 내 마음을 단단히 세워주었고, 신앙은 흔들리는 영혼을 붙잡아주었다.
코로나는 내 몸을 흔들었고, 눈은 약해졌으며, 일상은 균열을 맞았다.
하지만 그 균열 속에서도 책과 신앙은 나를 붙잡았다. 흐려진 시야 너머에도 여전히 길이 있음을, 나는 책과 기도를 통해 배웠다. 그 길은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으로 이어져 있었다.

나는 흐려진 글자 속에서도 선명한 삶을 읽어내고 있으며, 보이는 동안 끝까지 읽고 찬양하며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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