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빈 둥지, 새로운 출발점

빈 둥지 증후군과 마주하다

by 서수정


아이들이 집을 떠난 뒤, 집안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식탁도, 의자도, 방 안의 물건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집 안 공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음식을 차려도 종알거리던 아이들과 대화할 수 없었고, 젓가락을 드는 순간마다 허전함이 먼저 찾아왔다.

늦은 밤, 야자 끝나고 차 안에서 나누던 아이들의 대화가 사라지자, 나는 삶의 리듬 전체를 잃은 것 같았다. 시간도 통째로 남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무기력에 빠졌다.
이 감정에는 이름이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정유진 외(2024)는 스코핑 리뷰에서 이것을 “자녀가 독립한 이후 부모가 경험하는 공허, 상실, 우울, 정체성 혼란을 포괄하는 정서적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¹. 실제로 나는 그 모든 단어에 깊이 공감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나는, 마치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꾸 잠만 빠져들었다. 그래서 허전함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썼다.
억지로 집안일을 만들고, 일부러 바쁘게 움직이며 허무를 달래려 했다. 하지만 잠깐의 분주함은 오히려 더 큰 공허를 남겼다. 아이들이 앉던 빈자리, 닫힌 방문, 손길이 멈춘 물건들… 그것들은 나를 위로하기보다 더 깊은 그리움을 불러왔다.

결국 나는 책으로 돌아갔다. 장 그르니에의 『섬』 속에서 그는 고독을 ‘벌’이 아니라 ‘선물’이라 말했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 문장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이들이 떠난 집에서의 고요가 나를 괴롭히는 것 같았지만, 그것을 다른 시선으로 보면 다시 채워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임(2013)의 연구도 나의 경험과 닮아 있었다. 그녀는 중년여성들의 빈 둥지 증후군을 연구하면서, 참여자들이 “우울감, 상실감, 허전함, 낮은 자존감”을 공통적으로 겪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서치료에 참여한 후, “자발적 책 읽기를 통해 인생 중반부를 조명할 수 있었고, 함께 읽고 토론하며 공감과 위로, 긍정적인 수용과 격려”를 경험했다고 한다 ². 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통로였던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혼자 책을 읽고, 기록하고, 때로는 온라인에서 나눈 짧은 대화들이 큰 힘이 되었다. 댓글 하나, 짧은 응원의 말이 마음의 허기를 덜어주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지만, 그 속에서 나는 책과 사람을 통해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채워 넣고 있었다.

빈 둥지 증후군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엄마라는 이름이 줄어든 지금, 나는 누구로 살아갈 것인가.” 아직 답을 다 찾지는 못했지만, 그 질문 앞에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출발점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혼자있는 시간을 통해 조금씩 알아 갔다. 공허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다.


✔️각주
▪️정유진·한은지·박수진·안선정 (2024), 「스코핑 리뷰를 활용한 중년기의 빈 둥지 증후군 연구 동향 분석」, 정신건강 및 행동분석 연구.
▪️정원임 (2013), 「중년여성의 빈 둥지증후군 극복을 위한 독서치료 적용에 관한 연구」, 경기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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