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속에서 만난 또 다른 나
일상으로 복귀 후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의 루틴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남이 정해 준 길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책은 여전히 내 곁에 있었고, 변함없이 나를 단단히 붙들어 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책 곁에는 또 다른 숨결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음악이었고, 그림이었으며, 몸을 움직이는 작은 도전들이었다.
살세이션과 라인댄스는 몸치라 생각했던 나에게 낯선 경험이었지만, 새로운 안무를 배우고, 무대에 서기 위한 연습 과정은 내 안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리듬에 몸을 맡기는 순간, 나는 살아 있음을 더욱 실감했다.
통기타는 아이들이 연주하던 것을 멀찍이 지켜보기만 했는데, 직접 줄을 튕기고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전율 같은 기쁨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통기타반 선생님들과의 교류는 내 삶에 큰 힘이 되었다.
음악을 함께 배우며 나눈 소소한 대화와 웃음,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은 나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울타리였다.
미술도 다시 만났다. 졸업 이후 붓을 잡아본 적이 없었지만, 서양화와 어반스케치를 시작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작은 풍경 하나에도 빛과 그림자가 얹히는 순간, 나는 삶의 세밀함을 다시 발견했다.
최근에는 캘리그래피까지 배우며 글씨에 마음을 담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아직 시작한 지 한 달 남짓이지만,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웃으며 글자를 쓰는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교통사고로 무릎을 다쳐 수업들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었고, 움직임에 제약을 주는 시간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물리치료와 수영을 하며 재활에 열심이었고, 발표를 하는 순간의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무릎 수술로 잠시 쉬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련조차 내게는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살세이션 무대에 섰던 시간들, 통기타 발표를 위해 떨리던 순간들이 쌓여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물을 싫어하고 무서웠어도 배웠던 수영이 이젠 나에게 제일 잘 맞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재활을 하며 다시 수업에 참여할 그 기다림조차도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돌이켜보면, 스스로 나약함에 빠져 '난 할 수 없어'를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맞는 취미를 찾고 독서하며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 갔던 시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긍정적 사고와 끊임없는 사유의 시간들이 지금의 나로 길들여 놓은 것 같다.
책은 내 마음을 붙들고, 음악은 내 감정을 풀어내며, 미술은 내 시선을 넓혔다. 그리고 수영은 몸과 마음의 근력을 키워주었다.
이 네 가지 활동은 나를 다독이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삶의 윤활제였다.
책 속의 사유, 음악의 울림, 그림의 색채, 물속에서 두려움과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서로 어우러져 내 안의 공허함을 채워 주었고, 다시 설레는 내일을 기다리게 했다.
삶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안다. 책이 내 뿌리라면, 음악과 미술, 운동은 내 가지와 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모여 다시 살아 있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게 된다는 것을.
내일 다시 무언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
그것이 지금의 나를 숨 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