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 내가 죽은 거야?

죽음의 문턱에서 배운 삶의 의미

by 서수정


새로운 삶과 직면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괜찮다고 느꼈지만, 주변 사람들은 내게 모든 것을 멈추라 했다.


책도 조금만 보라 했고, 운동도 하지 말라 했고, 대학원 공부와 논문 준비도 내려놓으라 했다. 심지어 독서 모임과 영어 모임조차 그만두라고 했다.

모두가 나를 위한다고 했지만, 내 귀에는 그것이 “그냥 죽은 듯 살라”는 말로 들렸다. 너무도 슬픈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내가 살고 있다는 증거를 붙잡고자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걷고, 기도하며 나를 지켜냈다.

그렇게 나는 혼자 살아내는 법을 배워 갔다.

그것은 고독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성찰의 시간이었고, 그 속에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떠올리며 자문했다.

만약 오늘의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나는 이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을까?

배움도, 사색도, 사랑도, 새로운 관계도 없이 매번 같은 삶이라면, 그것은 견디기 힘든 형벌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타인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나만의 곳간을 차곡차곡 채우는 삶을 원했다.

그 곳간에는 책을 읽으며 얻은 사유의 씨앗, 땀 흘려 가꾼 건강의 열매, 그리고 신앙 속에서 길어 올린 위로와 평안이 담겨 있었다.


아픔은 내 곁에 누가 남는지를 드러냈다.

가까이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나를 위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정한 관계란 내가 나를 존중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대할 때, 다른 사람도 나를 귀하게 여겼다.

혼자 있는 시간조차 두렵지 않게 된 것은 그 깨달음 덕분이었다.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나는 오히려 삶의 빛을 배웠다. 그것은 조용히 사라지는 삶이 아니라, 끝까지 나답게 살아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 몸부림 속에서 나는 오늘을 다시 붙잡았고, 내일이 반복된다 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이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내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배우게 된, 삶의 가장 단단한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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