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_룰루 밀러
세상은 언제나 혼돈 위에 서 있다.
그 혼돈 속에서 우리는 안정을 찾기 위해 이름을 붙이고, 질서를 세운다.
‘물고기’, ‘인간’, ‘정상’, ‘비정상’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했다고 믿고 안도한다.
하지만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 모래성인지 조용히 일깨운다.
그녀는 말한다.
“질서란 진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는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세우려 했던 과학자였다.
수많은 생물을 이름 붙이고, 세상을 체계화하며,
자연의 무질서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려 했다.
그의 시작은 순수한 열정이었다.
하지만 순수한 믿음이 오만으로 변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분류를 ‘진리’라 믿었고,
그 질서 밖에 존재하는 생명들을 ‘불완전하다’고 단정했다.
그 믿음은 결국 '우생학'으로 이어졌다.
더 완벽한 세상을 위해 ‘불완전한 존재’를 배제하는 사상, 그 속엔 인간의 오만이 숨 쉬고 있었다.
룰루 밀러는 그 과정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말하는 선(善)은, 누구의 고통 위에 세워져 있습니까?”
이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오랫동안 그 질문을 곱씹었다.
‘공공의 선’이라는 말이 얼마나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지, 얼마나 쉽게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잣대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조던 같은 뛰어난 과학자들이 잘못된 진리를 신념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그 안에 '윤리의식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다.
윤리란 법이나 규율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깊이에서 시작된다.
공공의 선이 진정한 선이 되려면 누군가를 지우거나 구분하지 않고, 모든 존재의 다양성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틀림으로 보지 않는 것,
그것이 윤리의 첫걸음이다.
너와 내가 다르기에, 세상은 더 넓고 풍성해진다.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할 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공공의 선이다.
룰루 밀러는 말한다.
혼돈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혼돈은 질서의 붕괴가 아니라,
새로운 이해가 태어나는 자리라고.
“세상을 완벽히 통제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용기를 가지라.”
그 용기는 쉽지 않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내가 믿던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을 견디는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는 진짜로 성장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성장한다는 것은 더 이상 타인의 말로 나를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자유를 경험한다.
룰루 밀러는 혼돈 속에서 의미를 찾는 대신,
혼돈 자체를 삶의 일부로 껴안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언어,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시선은 다정하고 단단했다.
“혼돈은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완벽한 질서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다.
그 용기를 잃지 않을 때, 우리는 서로를 통해 완전해진다.
◇ 한 줄의 여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용기,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사랑하게 된다.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룰루밀러 #철학에세이 #윤리의식 #공공의선 #다름의존중 #혼돈과질서 #브런치북 #삶의용기 #세상을있는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