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당연하다고 믿어온 마음

내 마음을 듣는 시간

by 서수정

루미가 꾸벅꾸벅 졸고 있던 밤이 있었다.
의자를 찾는 발소리가 없던 날이었다.
그래서 루미는 조금 더 깊은 잠에 잠겨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낮게 깔린 불만처럼,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소리였다.
루미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투덜거리듯 말을 흘리며 들어왔다.
말은 그보다 먼저 방 안으로 들어와 이곳저곳에 부딪히는 것 같았다.
그의 정장은 단정했지만 상의는 손에 쥔 채
대충 구겨져 있었고,
구두에는 무언가를 밟고 지나온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좀처럼 말을 멈추지 못했다.
누군가를 향한 불평과 자기 자신을 향한 한탄이
뒤섞여 흘러나왔다.

“내가 더러워서
여길 그만두든지 해야지…”

“나이도 어린 게 상사라고…”

말들은 의자보다 먼저 방 안에 쌓여 갔다.
그러다 문득, 그는 조용해졌다.
구두에 묻은 것을 닦을 휴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작은 탁자 위의 휴지를 발견했다.

“운이 좋구먼.”

툭툭,
구두를 털어내듯 닦은 뒤 그는 다시 방 안을 살폈다.
의자를 한 번 만져보고, 쿠션을 눌러보고,
자리에 몸을 맡겨도 괜찮을지 확인하듯 움직였다.
루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앉아 있으면서도 언제든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
쉬는 시간에도 다음 일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

그는 잠시 후 의자에 몸을 맡겼고,
말은 서서히 끊겼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루미는 그를 깨우지 않았다.
다만 얇은 담요 한 장을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한참 뒤, 그는 잠에서 깨어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언제 덮었지?”

의자를 쓸어보듯 만지며 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애들 밥 굶기지 않고…
이 정도면 됐지.”

그 말은 누군가에게 하는 것 같기도,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허허 웃으며 일어섰다.

“덕분에
잘 쉬었다 간다.”

문을 나서기 전,
그는 의자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힘들면
또 올게.”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잠시 머물렀던 체온만이 남았다.
루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누구나 당연해서가 아니라
편해지고 싶어서 살아온 삶이 말해준다.
조금은 편해져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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