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빛 앞에서
친구의 성공 소식을 보는 순간, 그녀의 하루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알람 소리에 놀라듯 일어나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 채 욕실로 들어가던 아침.
아이를 깨워 옷을 입히고, 투정하는 아이를 달래며 가방을 챙기고, 어린이집 앞에서 뒤돌아보던 작은 손.
남편에게는 시리얼 한 그릇을 밀어 두고,
자신은 파운데이션도 바르지 못한 채 덜 마른 머리를 묶고 지하철 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날들.
이미 지친 숨으로 시작했던 출근길.
퇴근 후에도 끝나지 않던 또 다른 하루.
그녀는 그 시간들을 한 번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당연하다고 여겼다.
누구나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친구의 사진 한 장이 그 모든 시간을 한순간에 작게 만들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요.”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
정돈된 공간.
분명히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그녀는 한참을 화면을 바라보았다.
좋아요를 누르려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나는 아직 그대로인데.’
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생각이 자기 자신을 더 작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속이 좁아졌지.
왜 바로 축하해주지 못하지.
의자에 앉자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러다 문득 그 친구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밤늦게까지 남아 있던 사무실, 잘 되지 않던 프로젝트, 실패를 겪고도 다시 시작하던 그 얼굴.
그 친구 역시 쉽게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그리고 오래도록 눈을 감고 깊은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친구가 싫은 게 아니다.
나는 내가 멈춰 있는 것 같아서 두려운 거다.
하지만 정말 멈춰 있었을까.
아이를 안고 버스 정류장을 뛰던 날, 잠든 아이 곁에서 내일을 계산하던 밤, 눈이 충혈된 채도 웃어 보이던 저녁들.
그 시간도 삶이었다.
그 또한 성실이었다.
그 또한 누군가를 지켜낸 하루였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시간을 낮게 보지 않기로 했다.
질투는 남을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내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잠시 질투는 했지만 그녀의 삶을 인정하니 그녀 자신의 마음이 작아져 보였다.
'내가 왜 이리 작아졌지? '
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정말 축하해. 네가 얼마나 버텨왔는지 알아.”
이번에는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보내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넓어졌다.
남의 빛을 인정한다고 해서 내 삶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루미는 조명 옆에서 눈을 가늘게 감고 있었다.
누군가의 빛을 바라보며 자신의 시간을 지워버리지 않는 법을 그녀가 배운 밤이었다.
"질투는 부족함의 증거가 아니라,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남의 빛을 인정하는 순간,
내가 걸어온 시간도 함께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