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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한 품앗이 나눔 일기

동네 작은 책방에서 시작된 배움의 시간

by 서수정

우리 집은 동네에서 책이 많아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가 7살일 때 친구들을 모아서 “ 책끼 읽끼”라는 교재를 가지고 나눔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교재에 나온 독후 활동을 하며 인형극도 하고 연극도 하며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을 했다.

엄마들의 반응도 좋았고 의미 있는 품앗이 모임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된 배움은 교과서 보다 깊고, 학원보다 따뜻했다.

아이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잠깐이라도 숨 쉴 틈이 필요했다.

친구들과 함께, 엄마들과 함께 우리는 ‘품앗이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작은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시작은 독서

한 주에. 책 한 권 읽고 독후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연대감과 자존감을 키워고 글을 이해하는 능력도 자랐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산을 하나씩 쌓아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거실이 작은 책방이 되어 시작된 만남은 그들에게 큰 힘이며 소중한 추억의 한 자락을 저장하였다.

‘나는 나‘ ‘너는 너’의 생각으로 모인 것이 아닌 ’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속에서 시작된 시간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영어 ‘퍼레이드’ 놀면서 배운 언어의 즐거움

첫 영어 교재 ‘Parade’였다.

단순한 단어 암기나 문법 학습이 아니라,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교재를 펼쳤다.

아이들은 신나는 챈트에 맞춰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마치 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하듯 영어를 따라갔다.

어느새 ‘영어 공부’라는 단어 대신, ‘영어 놀이’라는 표현이 입에 익었다.


영어 동화책과 함께한 상상력 만들기

우리는 매주 한 권의 영어 동화책을 골랐다. 책을 읽고, 장면을 나누고, 각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색종이와 풀, 크레파스로 표현했다.

'책 만들기'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조용히 집중하고, 자기가 만든 이야기를 친구 앞에서 들려주는 모습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언어를 넘어 ‘표현의 힘’을 배우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영어와 감성

영화를 좋아해서 거실을 영화관철럼 꾸민 집이 있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친구의 엄마가 담당을 했다.

영화를 함께 보는 날은, 작지만 진지한 영화제 같았다.

익숙한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영어 자막과 함께 볼 때면 또 다른 감정이 스며들었다.

영화를 본 후, 우리는 감상문을 쓰고, 종이책으로 엮고, ‘내 마음의 문장’을 골라보았다.

“나는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아이는 그렇게 썼다. 그 말 한마디가 며칠을 생각에 잠기게 했다.


돌아가며 배우는 마을 학교

이 품앗이 교육의 가장 큰 힘은, ‘함께’라는 것이었다. 우리 동네 엄마들은 각자의 재능을 나누기로 했다.

누군가는 미술을, 누군가는 독서를, 또 누군가는 영어와 영화를 맡았다.

돌아가며 수업을 준비하고, 함께 계획을 세우고, 때로는 현장체험도

도서관에서, 미술관에서, 공원에서 — 배움은 어디에나 있었다. 작은 일상의 공간이, 커다란 교실이 되었다.


아이들의 바쁜 일상, 그 안에 숨은 쉼표

우리 동네 아이들은 늘 바쁘다. 학교 숙제, 하루 해야 할 과제 등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 속에서, 이 품앗이 시간만큼은 ‘느림’과 ‘놀이’를 허락하는 쉼표였다.

어떤 날은 책보다도 함께한 간식 시간이 더 좋았고, 어떤 날은 서로의 발표를 들으며 웃고 손뼉 치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엄마들이 만든 진짜 배움

이 글은 한 명의 교육 전문가가 아닌, 한 명의 엄마로서 쓴다.

우리는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지만, 배움은 따뜻한 것이고 함께하는 것이라는 기억은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품앗이 교육은 거창한 철학보다 작은 진심에서 시작되었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어쩌면 이런 배움의 순간이 가장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함께 늘 놀고, 책 읽고, 관찰했던 아이들이 어느덧 2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빛이 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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