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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림 Aug 27. 2022

착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유재석으로 살까? 박명수로 살까?

유재석으로 살까? 박명수로 살까?

“착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대개의 사람들은 ‘준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반면 착한 사람은 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죠. 그들은 기브(give)만 할 뿐 테이크(take)를 기대하진 않아요. 하지만 기브 하느라 피곤함을 느낀다거나 왠지 모르게 억울한 마음이 생긴다면 ‘착한 사람’이 아니라 ‘착한 척 애쓰는 사람’이에요. 착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에 희생당하지 마세요. 착하지 않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회사원 유재석은 성품이 온순하고 착해 어떤 경우에도 불평하거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남들이 귀찮아하는 일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해결하고, 동료가 지쳐 보일 때는 아낌없는 격려와 칭찬으로 기운을 돋워준다. 술은 한 잔도 못하지만 환타, 사이다, 콜라 등 각종 음료를 섞은 폭탄 탄산음료를 마시며 밤새도록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일 처리가 미숙한 동료들을 도와주느라 야근도 잦은 편이다. 동료들은 ‘유재석’과 ‘하느님’을 합친 뜻으로 ‘유느님’이라고 부르며 그를 칭송한다.


반면, 회사원 박명수는 유재석과는 반대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고 무뚝뚝한 편으로, 자기 일만 처리하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동료들이 야근을 하건 말건 퇴근 시간이 되면 바로 사라진다. 업무가 자기 위주로 돌아가지 않으면 “내 위주로 해.” “우이 씨~”라는 말로 동료들을 구박하거나 막말을 던진다.


언제나 친절한 유재석 VS. 실속 챙기는 박명수

어느 날, 회사 업무에 적응을 못해 눈칫밥으로 배를 채우는 동료 정준하가 다음 날까지 꼭 준비해야 할 서류가 있다며 유재석과 박명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유재석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흔쾌히 나섰고, 박명수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정준하를 흘겨보며 마지못해 거들기로 했다. 두 사람은 정준하의 업무를 돕느라 새벽까지 야근을 했다. 덕분에 정준하는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고 다음 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상사와 동료, 후배들에게 칭찬을 들은 정준하는 자신을 도와준 유재석과 박명수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고 감사의 뜻을 전할 선물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해 부득이하게 한 명에게만 선물해야 했다. 정준하가 선물을 준 동료는 누구일까?

바로 박명수다.


항상 타인을 도와주었던 유재석은 늘 그래 왔기 때문에 그의 도움에 대해서는 고맙지만 당연하다고 느끼는 반면, 자기 일만 마치면 바로 퇴근을 하던 박명수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일을 도와준 것에 대해서는 무척 특별하고 감동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것을 ‘부분 강화 효과가 연속 강화 효과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지속성과 연속성을 갖는 것보다 어쩌다 한번 부분적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 더 크고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동료들에게 “유재석과 박명수 중 누가 더 좋은 사람인가?”라고 질문한다면 당연히 “유재석”이라고 답할 것이다. 누가 보아도 유재석이 박명수보다 더 다정다감하고 착하고 배려심이 깊다. 하지만 유재석의 끊임없는 친절과 배려는 지속성으로 인해 ‘특별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평가절하된 반면, 평소 자기중심적이던 박명수가 베푼 친절의 효과는 매우 강하게 부각된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을 배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려의 근본은 타인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다.

당신을 버리지 않고 타인을 위하는 마음은 배려지만, 당신을 송두리째 버리고 배려하는 자세는 비굴하게 보일 수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빌려 준 돈’과 같다. 타인에게 베푼 배려만큼 꼭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되돌아오지 않거나 기대 이하로 돌아왔을 때 관계가 깨지거나 속상하고 분하다.

하지만 돈을 빌려줄 때 못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빌려준다면 못 돌려받는다고 크게 노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딱 그만큼, 적당한 정도의 배려...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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