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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림 Aug 27. 2022

지금, 절 비웃는 건가요?

열등감이 가져온 혼자만의 오해

좀 오래된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개성 강한 네 명 뉴요커들의 사랑과 섹스에 대해 솔직하게 그려낸 ‘섹스 앤 더 시티’는 한 때 20~30대 여성들에게 꽤나 인기를 끌었다. 화려한 뉴요커의 삶이나 그녀들의 패션스타일 등을 엿보는 재미로 나 역시 전 시즌을 열심히도 봤다.


4명의 친구 중 미란다는 변호사다. 시니컬하고 독립심 강한 미란다가 어느 날 겪은 일이다.

그녀는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주문하기 위해 음식점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메뉴를 말하려는 찰나, 수화기 너머 종업원이 “늘 주문하시던 거 이거 맞지요?”라며 깔깔거리는 것이었다.

미란다는 상당히 언짢아졌다. 데이트도 못하고 집에 처박혀 음식이나 시켜먹는 노처녀의 구질구질한 모습을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종업원의 웃음소리가 마치 자신의 처지를 조롱하는 것 같아 몹시 거슬렸다.

기분이 상한 미란다는 이후로 이 음식점에서 식사를 주문하지 않게 되었다. 또다시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될까 걱정됐던 것이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음식 맛이 그리워진 미란다는 식당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 종업원은 똑같은 말을 하면서 크게 웃는 것이 아닌가?

미란다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결국 음식점으로 갔다. “네가 뭔데 사람을 비웃어?”라고 한마디 해주려고 씩씩거리며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침 그 종업원은 전화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손님, 늘 이거 주문하시죠? 하하하하 네 바로 보내드릴게요.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하하하하.”

미란다는 그제야 깨달았다. 종업원의 깔깔거리는 웃음이 자신을 비웃는 소리가 아니라 단골손님에 대한 친근감의 표현이자, 즐겁게 응대하는 밝은 웃음소리라는 것을.


직업이 변호사인 미란다는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스펙의 소유자다. 하지만 스스로는 애인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가엾고 한심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식당 종업원의 웃음소리를 오해하고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

만약 미란다가 식당에 가서 오해를 풀지 않았다면,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깔깔거리는 종업원의 비웃음 소리로 가득 찼을 것이고, 복잡해진 머릿속은 생각에 생각을 얹어 스스로를 점점 더 비참한 지경으로 몰고 갔을 것이다.


열등감이 가져온 오해의 씨앗

상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크고 작은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행동이나 말을 한 경우도 있겠지만,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오해를 만드는 원인은 다양한데 미란다처럼 스스로 남보다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경우 상대의 호의조차 곡해하기 쉽다. 열등감으로 인해 오해가 생기면 대개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상대를 회피하고 관계를 단절하게 된다.

따라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열등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열등감을 느끼는 부분은 외모나 학벌, 재산, 능력, 성격 등 너무 많다. 자신감이 부족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주제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아주 오래전, TV에서 어느 여배우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리포터가 그녀에게 “최고의 미인이자, 남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뽑히셨는데 혹시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나요?”라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물론 저도 콤플렉스가 있어요. 하지만 말하지는 않을래요. 제가 그 말을 하면 그 부분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분들도 그 부분만 집중해 보게 될 테니까요.”

참으로 현명한 대답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공개적으로 털어놓는 것을 쿨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것쯤은 별 거 아니에요'라는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상대는 당신의 콤플렉스를 기억할 것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은 안 해도 된다. 모든 걸 다 보여주어야 상대와 찐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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