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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림 Sep 02. 2022

동정 말고 진심!

진심과 동정의 한 끗 차이

친한 사이에도 등급이 있다. 최고 등급의 지인에게는 숨기는 이야기가 없다. 비밀로 덮어 두고 싶은 은밀한 개인사를 비롯해, 가족 이야기, 연인 이야기, 회사 생활... 못 할 말이 없다.

최하 등급의 지인은 공적인 관계일 때가 많다. 보이지 않는 선이 상대와 나를 가른다. 불필요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공감이 필요할 뿐

아주 친한 친구가 있다. 최고 등급의 지인이다. 어려서부터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랐고 연애부터 결혼까지 그녀의 일생을 함께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망설여졌다.

비밀이 생겼다는 게 아니다. 그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같은 말 아니냐고 하겠지만 전혀 다르다. 친구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친구와의 대화가 불편해진 것이다.


친구는 심하게 몰입하고 공감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에 나보다 더 몰입하고 흥분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낸다. 불행하고 슬픈 우리 가족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으면 그녀는 어느새 눈물을 쏟고 있다. 그것이 나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고마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과도한 몰입이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공감이 아니라 동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은 나를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감정을 헤아리는 것이라면, 동정은 "가엾다"는 안쓰러움이 앞선다. 이러한 감정 역시 상대에 대한 애정일 수 있지만 "안됐다" "쟤 보다는 내가 낫다"는 무의식이 깔려 있기도 하다.


과하고, 가식적인 반응은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게 만들어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러니 껍데기뿐인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진심과 동정은 한 끗 차이다. 


친구를 보면서 나의 말 태도를 뒤돌아 보았다. 누군가에게 생긴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했던가, 아니면 축하하는 척했던가...

누군가에게 생긴 좋지 않은 일에 대해 진심으로 속상해했던가, 아니면 위로하는 척했던가...


모두가 원하는 것은  공감이다. 동정 따위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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