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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림 Aug 29. 2022

사람들은 생각만큼 한가하지 않다

내 실수를 오래 기억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언젠가 강의 요청을 받아 강단에 선 적이 있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라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강연 날이 다가올수록 부담스러워졌다.

강연 날, 많은 관객을 보니 무척 긴장되어 사회자의 질문에 횡설수설 답했다. 입으로 말을 내뱉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지금 뭐라고 말한 거야... 어떻게 수습하지...’ 등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를 이었다.

여러 장의 종이에 할 말을 적어 갔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말을 덧붙이기도 하고, 마무리가 안돼 당황하기도 했다.


한동안 이 날의 시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을 하다가 문득, 밥을 먹다가 문득, 잠자리에 누워서 문득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한 거야. 망신만 당하고... 꼴좋다...’라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창피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이 강의를 제안했던 사람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날 강연이 너무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며 "다른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제가요? 저 그날 실수도 많았는데... 다시는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무슨 말씀을... 강의  설문에서 선생님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는걸요."라고 말했다.


내 실수는 나만 기억한다. 아주 크게!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확대 해석하고 남들의 눈에 잘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조명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한다.

무대 위를 환하게 하는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비추는 것같이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생각이 본인이 만들어낸 걱정거리일 뿐 타인에게는 별 관심을 끌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나 역시 첫 강의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혼자 속앓이를 했지만, 정작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헤어스타일이 엉망인 채로 외출했다면 왠지 다른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것은 무심하게 시선이 흐르는 것이지 관심을 갖고 집중해 보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의 실험은 유명하다.

토머스 길로비치는 학생 몇 명에게 코미디언이 프린트된 우스꽝스러운 티셔츠를 입고 교실에 들어가도록 했다. 옷을 입은 학생들의 50% 정도가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자신이 입은 우스꽝스러운 옷을 보고 한심해할 것이라고 생각해 창피해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교실에 있던 학생 중 실험자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학생은 10%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무슨 옷을 입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얼마나 과대 인식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오늘 이불킥할만한 사건이 있었다면 잊어버려도 좋다.

사람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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