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림 Aug 30. 2022

구걸하지 말고 요구하세요

부당함, 참지 말고 요구하세요

사무실의 인테리어를 바꾸느라 공사한 적이 있다. 공사는 계획된 날짜 안에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결과도 흡족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서부터 보이지 않았던 소소한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업체에 연락하자니 귀찮기도 하고, ‘집도 아니고 사무실인데...’라는 생각에 두 달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했다. 바닥 타일이 평평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타일 한 장이 살짝 튀어나와 있었는데, 걸려 넘어져 다친 것이다. 그 후부터는 그 부분을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고 지날 때마다 눈에 거슬렸다.  


그러다 문득 ‘아니 내가 왜 이렇게 신경을 쓰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짜증 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업체는 조만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후로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이후에 2~3번 더 전화를 했는데 그럴수록 오히려 기분은 점점 더 나빠졌고 이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 화가 나 A/S 신청을 포기해 버렸다.


살다 보면 기분이 상하거나 화가 나는 일들이 참 많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데 머리카락이 나왔다거나, 미리 예약을 하고 갔는데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거나, 물건을 샀는데 파손되어 있다거나, 구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고장이 잦다거나,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자신이 온당치 못한 대우를 받았다거나, 자신이 지불한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결과물을 얻었다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부당함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까탈스럽거나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불만 사항을 말하는 것이 창피해서 그냥 넘겨 버린다.

만약, 불만 사항이 일회적인 문제라 그 후에 다시 부딪힐 일이 없다면 상관없지만, 매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불만을 표현하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좋다.      


요구에 대한 정당성을 찾아라

사람들이 자신의 요구를 드러내는 것에 불편해하는 것은 ‘요구=구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불만족한 사항이나 억울한 상황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애인에게 무언가 사달라고 조르는 것과 분명 다름에도 왠지 구차하고 치사해 지례 포기하고 만다.


요구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단계는 자신이 겪은 부적절한 상황이나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이건 아니죠.” “뭐 이런 집이 다 있어.”라는 식으로 언성을 높이면 잘못이 상대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사태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그다음에는 자신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내가 겪은 인테리어 부실 공사를 예를 들자면, “바닥 타일이 평평하지 못해 다칠 우려가 있어요. 실제로 걸려서 넘어지기도 했고요. 오셔서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불편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저는 이 공사에 대한 비용을 이미 지급했고, 계약서에 1년간 무상 A/S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니 서비스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정당한 요구임을 밝히는 것이다.


요구의 최종 단계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마무리다. 항의한 불만 사항이 해결될 경우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친절하게 불편한 점을 해소해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만족감을 표현하면 요구하는 사람이나 요구를 듣는 사람이나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이 해결할 수 있다.


부당한 점에 대한 요구는 타협이나 보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면 음식점 주인은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고 하거나 서비스로 다른 음식을 더 줄지도 모른다. 손님에게 불쾌감을 준 것에 대한 보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불만을 제기했더니 “손님 머리카락 같은대요?”라고 대꾸한다면, 타협이나 보상이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더 이상 주인과 입씨름 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오래전에 유명 브랜드 제과점에서 식빵을 산 적이 있는데, 집에 와서 보니 한쪽 귀퉁이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귀찮았지만 그대로 먹을 수 없는 노릇이라 매장에 다시 갔다.

빵을 슬쩍 본 제과점 주인은 “곰팡이 아닌 거 같은데... 잘라내고 먹으면 돼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투와 태도에 너무 화가 났지만, 대화가 안 되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어 "그럼 다른 사람에게 파세요."라고 말하고 식빵을 줘버렸다. 주인은 식빵을 교환해주거나 환불해주지 않았다.

나는 해당 브랜드 홈페이지에 이 상황을 글로 올렸다. 다음 날,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해당 매장에 조치를 취했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주인과 언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매장을 관리하는 본사와 이야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해결점을 찾았다.

부당한 상황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에 상대가 적반하장이나 안하무인으로 나온다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낫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자신의 요구가 떼쓰거나 매달리는 구차한 일이 아니라, 지불한 비용에 대한 정당한 요구라는 당당함을 가져야 한다.                 


이전 08화 사람들은 생각만큼 한가하지 않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