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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림 Sep 06. 2022

넘어져야 일어날 수 있는 법

무언가에 익숙해지고 익힌다는 것은.

일을 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실수할 때가 있다. 늘 처리하던 서류에 중요한 부분을 빠뜨렸다거나, 숫자를 잘못 기입했다거나, 이메일 회신에 엉뚱한 내용을 보냈다거나...

이런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못하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어깨에 쌓인 눈 털어내듯이 툭툭 털어버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쌓인 눈을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면 옷이 젖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실수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자꾸 곱씹으면 마음을 병들게 할 뿐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수건으로 닦아 없애야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놓고 실수를 반성하거나 위로하는 자세는 좋지만, 매번 후회하고 반성만 한다면 타인과의 소통은 줄어들고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가두는 꼴이 된다. 일 뿐만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에 나오는 내용 중 한 토막이다.

‘장래 글을 써서 연명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젊은이들로부터 종종 “문장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문장이란 것은 ‘자, 이제 쓰자’고 해서 마음대로 써지는 게 아니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발견하는 것은 천재가 아닌 한 힘든 일이다. 그래서 어디엔가 이미 있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빌려 와, 적당히 헤쳐 나가게 된다. 그렇게 문장을 많이 쓰면 능숙해진다. 그러나 자신 속에 분명한 방향 감각이 없는 한, 그 능숙함의 대부분은 ‘재주’로 끝나고 만다.’

롤모델을 모방하는 것이 모방에서 멈추면 모사나 재주에 그친다. 모방이 재주로 끝나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방향 감각이 필요하다.   


많은 영화배우나 연기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공통적인 내용이 있다. “영화배우 OOO를 너무 좋아해서 그가 나온 영화를 백번쯤 본 것 같아요. 말하는 톤도 따라 해 보고, 걸음걸이나 눈짓, 손동작 등 사소한 것들을 흉내 본 적이 있어요.”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가수 OOO를 좋아해서 모창을 하기 시작했어요. 노래를 수백 번 들으니 저절로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저만의 목소리를 찾았고 가수가 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처음부터 잘하고 능통한 사람은 없다.

모방을 통해 익숙해지기도 하고, 시간의 힘을 빌려 익숙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자신의 기술로 장착된다. 그렇게 숙련자가 되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버텨 어떠한 일에 익숙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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