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해서 중단한 취미가 꽤 된다. 시간과 돈은 들였는데 남는 결과물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이러한 취미를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하기는 좀 부끄럽다.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건 일상의 지겨움 때문이다. 매일 일어나서 씻고 항상 아슬아슬하게 출근 세이브하고 퇴근은 칼 같이 맞춰 집에 와서 빈둥빈둥한다. 다른 거라곤 식사 메뉴뿐이다. 이러한 일상이 계속되자 돈을 벌어도 뭘 해도 즐겁지 않았다.
드라마를 봐도 영화를 봐도 그때뿐이고, 기억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기분풀이에 익숙해져 버린 삶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일탈하고자 시작한 일이 취미뿐인 배움이었다. 근데 오늘은 그마저도 하고 싶지 않았다. 왜 해야 하는지 목표가 없으니까. 책상에 앉아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아니 퇴근 전 상사가 준 일거리를 받아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 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은 시간 때우기는 나를 더 텅 비게 만들었다. 그래서 정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밀린 과제도, 늦은 진도 따라가기 바쁜 영어도, 궁금해서 산 책도, 무언가로 가득 채우려는 사심도 버렸다. 흘러가는 대로 걷고, 매번 걷던 길이 아닌 골목길도 둘러보고 여긴 누가 사는지, 이 골목에도 마음을 숨기고 애틋한 썸을 타는 연인들이 지나가는지, 오늘 가로등 불과 CCTV는 제 할 일을 다 했는지 궁금했다.
본 적 없는 음식점을 지나가며 나중에 여기 와봐야지 체크하고 교복 입은 학생들이 대화하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교복은 이제 팔도 들어가지 않겠지라며 불룩 나온 배 한번 쳐다봤다가 아, 내일은 운동도 계획에 넣어야지 또 욕심부렸다가 아차, 고개 돌리며 다시 머리를 비운다.
사람들과 잠시 거리를 두었을 때, 집에만 있기 너무 지루해서 하루 종일 커피 한 잔으로 사람을 구경한 적이 있다. 카페에 찾아오는 사람을 그저 바라보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직접 발품을 팔아 사람들이 적당히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닌다. 찬 바람이 '정신 차려' 라며 머리카락을 휙 건든다. 집에 돌아갈 거리를 생각 못했다. 불멍도 아닌 길멍에 이리 정신을 놓다니. 따릉이를 빌려 타 집에 돌아오니 긴 낮도 블라인드를 내린 지 오래였다.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 두 시간 정도를 걸어버렸다. 평소보다 오버페이스로. 숙제 안 한 벌을 걸음으로 대신 한 셈이다. 그래, 카페인 중독, 니코틴 중독 보다야 훨씬 깔끔하고 좋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결국 오늘도 잠을 설치긴 그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