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여성은 운동화로도 충분히 멋진 나이다.

by 녹차파우더

20대가 되자마자 지하상가와 편집샵을 누리며 예쁜 구두를 찾아 나선 적이 있다. 자발적인 신데렐라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명품백보다 구두가 나를 더 어른스럽게, 어른의 세계로 이끌어 줄 거라고 믿었다. 짝퉁 가방을 멜 자신은 없었고, 나의 걸음걸이에 어른스러움의 당당함을 갖추고 싶었다. 첫 번째 시도가 바로 구두 구입이었다. 구두라고는 단화만 신었던 내게 힐은 없던 자존심도 세워 줄 치트키처럼 느껴졌다. 다양한 구두의 종류에 가슴은 두근거렸고, 나의 신발장을 가득 채운 모습을 상상하며 구두가게를 들락날락했다. 여러 켤레의 구두가 생기고 그에 맞는 의상들을 구입하며 점점 씀씀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운동화는 촌스럽고 학생다운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거들떠보지 않았다. 나의 자존심은 점점 높아지는 구두 굽을 따라 하늘 모르게 커가고 있었다.


어떤 특정한 날을 빼면 항상 구두와 함께였던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었다. 그렇게 구두 없이 못 살 것 같았던 어린 날은 지나고 이제는 운동화가 없는 하루는 꿈조차 꿀 수 없게 되었다.


구두의 모양만 보고 내 발의 크기와 모양은 신경 쓰지 않은 채 하루의 반 이상을 구두와 함께했다. 그 결과 발가락은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조금씩 휘어지고 있었다. 과한 욕심을 부린 적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약간의 불편함은 점점 내 몸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서 있는 모습이 보통 사람처럼 서 있지 않았다. 무릎 아래로 종아리 부분은 휘어져 있었고, 골반도 기울어진 듯 보였다. 그제야 스스로 몸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신체의 불균형으로 인해 나의 몸은 급격하게 나이 들고 있었다. 다리에서 느껴지던 피로감은 혈액순환을 방해했고, 한 다리로 균형 감각을 잡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병원에서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화려했던 구두는 자존심을 대가로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 요가를 배우면 좋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발장을 가득 채웠던 구두는 단화를 제외하고는 한 켤레도 남아있지 않다. 화려했던 옷차림도 수수하게 변했다. 내 발에 딱 맞는 구두를 신었다면 이렇게 극단적으로 구두와 멀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왜 그렇게 구두에 집착했는지, 여자의 상징성을 구두로 표현하려 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른으로 보이고 싶었던 나의 욕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내면의 성장보다 표면적인 어른의 모습에 집착 혹은 집중했던 나의 20대가 조금 후회가 될 때도 있다. 지금은 결혼식이나 공식적인 모임에 참여할 때 구두보다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게 꾸미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명품가방에 온갖 돈을 바치지 않은 게 어디냐' 라며 가끔은 다독이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구두가 맞지 않는 것도 아니고, 구두와 운동화, 이렇게 편 가르기 할 생각도 없다. 상황과 때에 따라 적절하게 신발을 신는 게 중요한 것이다. 어른 여성, 커리어우먼에 구두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닌데 나 스스로 단정지은 여성의 이미지에 갇혀 있다가 나온 것일 뿐이다. 운동화로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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