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잠시 상태가 좋지 않았을 뿐입니다.

by 녹차파우더


퇴근 후 회사를 나오면 바로 노을 가득한 하늘이 보인다. 오늘은 옅은 감색에 말랑한 마시멜로우가 피어났다. 맛있을까? 굶주린 배를 달래며 지하철에 올라탔다.


바이러스 때문인지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스크로 무장한 채 초점 풀린 눈으로 무기력하게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버티지 못하고 참을 만큼 참지 못한 기침 소리가 연속으로 3번 들렸다. 모든 시선이 그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기침의 여파일까? 어떤 사람은 칸을 옮겨가기도 했다. 안절부절못하고 눈치를 보던 그 사람은 결국 다음 정거장에서 황급히 내렸다. 그저 기침을 했을 뿐인데,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 취급하여 그를 내몰았다. 난 작은 위로와 나름 부드럽게 그를 쳐다보며 그 사람을 위로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내 자신이 조금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오로지 내 개인적인 해석이 그 사람을 주위에 민폐 끼친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경거망동한 생각이 악플처럼 느껴졌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까지도 그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산 하나가 날이 부러진 채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어느 누구도 우산을 신경 쓰지 않았다. 왠지 재채기 때문에 황급히 내렸던 그 사람이 떠올랐다. 잠시 버려진 우산과 그 사람이 겹쳐 보였다.



한번 활용가치를 잃고 버려진 우산은 수리하거나 재활용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기침을 했던 사람도 잠깐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뿐이야.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버려진 우산을 들고 재활용센터에 가져갔다.



일시적인 상황만 보고 무의식적으로 떠올렸던 감정은 타인을 잘못한 사람으로 대하기 쉽다. 말을 하지 않아도 순간 분위기에 휩쓸려 동조하고 만다.

가슴을 누르고 있던 죄책감 혹은 미안함을 우산에게 대신 표현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내가 우산을 들고 재활용센터에 맡긴 것처럼, 그 사람에게도 누군가가 목에 좋은 따뜻한 차와 얼른 나으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줄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가벼이 넘겼을 기침인데, 문득 마스크 쓰지 않던 일상이 그리워졌다. 언젠가 하늘의 푸르름도, 석양도 보지 못할 날이 찾아올까 봐 노을 지는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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