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오늘 가족들과 식사는 하셨나요?

by 녹차파우더


그러한 시절이 있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나와 동생은 그 생활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우리도 그렇게 커갔다. 주말이 되면 엄마는 평일에 하지 못한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우리를 돌 볼 새가 없었다. 그래도 당신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에도 자매의 밥을 굶기는 일은 천재지변보다 더 큰 일처럼 생각하셨기에 당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자매의 밥상은 언제나 한 상차림이었다. 그때의 우리는 그저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며 시간만 되면 뚝딱 나오는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내 돈으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되면서, 한 동안 엄마가 차려준 음식은 먹지 않게 되었다. 먹어 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들을 돈만 주면 먹을 수 있었다. 대학생활을 하며 잦은 술자리에 나가 낮과 밤이 바뀐 날들도 수두룩했다. 그렇게 바깥 음식에 찌든 내 몸은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했고 모태 마름이었던 모습도 친구들의 증언 덕분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로 남았다.


서른이 막 지났을 무렵, 굳이 밖에서 먹지 않아도 따뜻한 음식이 배달되어 집 앞으로 찾아오는 서비스가 흥행했다. 내 수고를 덜지 않고도 돈만 있으면 충분히 레스토랑 분위기를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시키고 먹고 버리는 일상만이 남았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버려야 할 쓰레기는 날로 늘어났다.



어느 날 이사하기 전, 집에 있는 짐을 비워야겠다며 냉장고를 청소하시던 엄마가 갑자기 요리를 시작하셨다. 나물과 채소를 수북히 넣은 비빔밥에 계란과 참기름, 고추장을 넣어 싹싹 비벼주셨다. 그리고 밀가루 반죽에 김치를 송송 썰어 김치부침개를 만들어 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오징어무침을 한 상 가득 차려주셨다. 옆에서 엄마가 요리를 하시는 동안, 도와드린다며 재료를 씻고 다듬으며 깨달았다.



요리는 재료와 만드는 사람의 애정으로 완성된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엄마의 입장에서 자식을 굶기는 건 엄마의 인생에서 또는 가치관적인 면에서 맞지 않는 일이라는 걸…. 그것은 엄마의 자존심에도 금이 가는 일이었다. 당신의 인생을 바쳐 배 아파 낳은 자식들이 자신들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며, 부족한 것 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을 우리는 너무 당연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하게 배를 채우고 난 뒤, 혼자 먹었을 때 느끼지 못한 행복감이 느껴졌다. 마음도 왠지 편안해졌고, 오랜만에 느낀 엄마의 손맛은 어렸을 적 먹었던 음식과 똑같았다. 여태껏 엄마의 청춘과 젊음을 담보로 정성 가득 음식을 먹었던 주제에 너무 나 몰라라 했던 내 철없던 20대 시절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 사이에 엄마의 손도 엄마의 얼굴도 세월로 인한 주름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나는 그저 울먹이는 목소리로 '너무 맛있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시간이 맞지 않더라도 적어도 일주일에 1번 정도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모여 앉아 각자의 안부를 묻고, 서로에게 혹시 짐이 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서운했던 일 아니면 즐거웠던 옛 추억들을 상기하는 그 시간들이 내가 우리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고, 또 감사함을 표현하는 일이기에 그것이 조금이라도 부모님이 우릴 위해 고생한 시간들을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 : https://unsplash.com/@_zachreine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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