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엄마
※ 본 에세이는 언니와 동생, 시인 엄마, 극작가 아빠 4인의 릴레이 에세이입니다.
육십 중반의 나이인데도 아직도 소년이 들어 있는 남자. 그것이 그를 작가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는 여자. 20대 초에 그를 만나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곤 하던 여자. 등대에 대해 말하면서 얼굴이 환해지던 남자.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아직도 고향에서 살고 있는 남자, 가끔 고향을 떠나 살았다면 어떤 인생이었을까 생각해보는 때가 있다고 여자에게 말한 적이 있는 남자.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을 가던 길에 바다를 처음 본 여자. 바닷물이 정말 짠가 확인하기 위해 검지로 찍어서 혀에 대본 여자. 교육대학시절에 졸업 후에 어디로 발령이 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바다가 잘 보이는 마을이라고 답한 적이 있는 여자. 스물 한 살 가을에 걸어서 10분이면 바다에 갈 수 있는 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 선생이 된 여자.
연인이 된 남자와 여자는 버스를 타고 거진, 대진에 내려 항구의 비린내와 바다에서 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기를 좋아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그 남자는 방학이면 고향집을 다녀온다며 떠난 여자를 기다리며 매일 편지를 썼다. 남자가 세 번 정도 편지를 보내면 한 번 정도 답장이 왔다. 편지가 도착한 날이면 그 편지를 가슴에 안고 뒤뜰로 가서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영서에 자라 생선을 잘 먹지 못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그 남자는 생선이 밥상에 오른 날엔 생선을 발라 아내의 밥그릇에 얹어주곤 했다. 회 먹는 사람들을 원시인처럼 생각하는 아내를 위해 오징어 회를 먹어보라고 권했다. 이제는 영서에서 산 세월보다 영동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은 여자. 말투도 속초 사람과 비슷해진 여자.
아직도 천진난만이 살고 있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노을 지는 산을 가끔 바라보는 여자. 함께 호수를 돌며 해돋이와 날아가는 새들을 사진기에 담으며 입가에 웃음이 도는 여자. 그 남자와 같이 살아온 시간이 벌써 삼십년도 더 되었다는 것에 화들짝 놀라며 허공 중에 새들이 길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날고 있는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여자.
비 오는 창 밖 내다보며
사무치게 누군가를 그리는 한순간
새로운 생명 탄생을 위한 눈짓의 순간
나를 떠난 말이
상대의 마음을 관통하는 시간
가슴 때리는 세상의 빗방울
피하기 위한 우산을 펼칠 때
살기 위해 부려먹은 발걸음 오십보백보
그대가 건넨 바통을 놓치는 순간
아득한 길 위에서 문득
뒤돌아보는 사이
내 생각이 상대를 낚아채는 순간
한평생,
인생을 만들어간 1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