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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Apr 13. 2021

엄마와 아이, 공동의 독서

<새의 언어>를 읽고

먼저 출근하던 여느 날과 달리 온 가족이 함께 사회로 출근하는 화요일 오전. 아이가 갑자기 어린이집 문을 보더니 들어가기 싫다고 문 앞에서 허리를 활처럼 휘며 울었다.


"여보랑 나랑 같이 나오니까 주말인 줄 알았나 봐."


세 살 배기 아이에게 평일과 주말의 구분은 양손을 잡고 나오느냐, 한 손을 잡고 나오느냐다. 괜히 잡아주었나 살짝 미안해졌다. 아이의 일주일 구분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 부부는 귀여워서 웃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우리는 새들처럼 각자의 언어로 재잘거리고 있었던 거다.


<새의 언어>라는 새도감을 샀다. 삽화가 아주 예쁘다. 동화책보다 엄마가 읽는 책에 더 관심이 많은 요즘 우리 아이를 위한 깜짝 선물이다. 세 살 아이와의 공동의 독서는 상상해보지 못 한 영역이다. 엄마가 읽는 책은 왜 그림이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는듯한 아이의 뚱한 표정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새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어 아이의 이목을 끌기 좋다. 그리고 책의 서두부터 마음을 울린다. 기러기들이 줄을 지어 하늘을 나는 이유. 더 오래 함께 날기 위함이라고. 새도감을 읽고 또 읽어 나는 이 책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훗날 아이가 이게 뭐야? 병에 걸리면  다 대답해주는 만물박사가 되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금방 까먹고 말겠지만 문득 그런 상상을 하며 책을 읽어 보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온도로 하늘을 보며 심취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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