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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Dec 30. 2020

인간이라는 세계

<어린이라는세계>를 읽고

개인적으로 책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내장된 끈책갈피가 들어간 책이 좋다. 책을 만든 사람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같은 섬세함을 가진 사람이 있다.


2020년 마지막 책으로 꺼내 든 <어린이라는 세계>의 김소영 작가님이 어린이들을 바라 볼 때 바로 이런 섬세함이 있다.


----발췌-----

자람이는 손을 배에 모으고 인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책 재미있어요?"

"너무너무 재미있지. 이 작가 책은 다 재미있어."


무슨 까닭인지 자람이는 에리히 캐스트너라는 작가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서 가져갔다. 그러고는 몇 주 뒤 내게 선물을 내밀었다.


"이 책이 선생님한테 있잖아요? 하지만 다 똑같은 책이어도 이 책앤 제 마음이 있어요."(71-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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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 때 어린이였다. 그 사실을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충분함을 주었다.


비혼과 딩크족이 늘어나면서 어린이의 숫자는 그만큼 줄어 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태어난 어린이들이 있는 한 이 세상은 계속 될 것이다. 확실히 미완의 존재는 오히려 어른이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곧 <인간이라는 세계>다.


이 책은 어른에서 어린이로 시간을 거슬러 나아간다. 역순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린이는 더 이상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닌 배워야 할 존재다. 세상은 역시 많은 것을 안 다고 능사는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올해 읽은 책 중에 최희수 작가님의 '거울육아'를 '내면아이'때문에 언급을 자주 했던 나지만, 개인적으로 <어린이라는 세계>을 이길 수가 없다.

일도 하고 아이도 키워야 된다는 핑계로 아이를 방치할 때도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괜시리 그런 핑계와 성미가 미안해진다. 이 책은 배제 보다는 기회를 , 가르침 보다는 관찰을 생각하게 한다.


20개월의 딸 조아는 요즘 말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콩>, <사자>,<응가> 같은 단어들을 혼잣말로 연습한다. 중얼거리는 조아의 뒷통수를 바라볼 때면 코가 찡하다. 우리 모두가 이런 시기를 거쳐 자라왔다는 사실 때문에.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인간의 가치를 생각한다.

자식을 키워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역시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라는 세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제 막 세상을 배우는 아이의 기준에선 모든 것이 연습이다. 그런 조아의 속도 모르고 엄마인 나는, 걱정이 앞선다.

생각해보면, 어른이라는 세계도 그런 잣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나 싶다. 결혼하고 몇 년 차쯤 되면 집을 사야 하고, 차를 사야하고. 꼭 그러라는 법도 없는데, 그런 법이 있는 거 마냥 행동하던 때 말이다.  

어린이에 대해 생각하자. 이미 오래 되어 잃어버리고 퇴화되었지만 가능한 것을 사유하자. 우리의 세계는 사유하는만큼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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