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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Aug 25. 2021

민주주의의 마음 치유

파커J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2012)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제목만 들어도 뒷걸음 치는 사람들이 많다. 기왕 읽게 된 거 정확하게 읽고 싶은 마음에 원작을 찾아보았다.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 

(The Courage to Create a Politics Worthy of the Human Spirit) 


직역하면, '민주주의의 마음 치유'이란 제목이었고, 부제는 '인간 정신에 합당한 정치를 만드는 용기'였다. 번역본에서는 부제는 '왜 민주주의에 마음이 중요한가?'였다. 개인적으로는 '민주주의의 마음 치유'라는 제목에 원작이 더 끌린다. 


보시다시피 이 책은 인간의 '마음'에 주목한다. 사실 제목만 보아서는 의구심이 든다. 

이 책에서 주창하는 것만큼 정말 정치와 민주주의 작동에 있어 마음이란 중요한 것일까? 

마음으로부터의 정치, 민주주의의 마음 치유란 어떤 과정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일까? 


민주주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무엇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한에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79P)






이 책에서 '마음'은 'Mind'가 아닌 'Heart'로 표기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Mind'는 '감정'으로 직역되면서 저자는 '마음'은 '감정'을 훨씬 넘어선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마음이란 정신만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더 심층적인 의미로써의 앎이다. 민주주의의 마음 치유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 실은 엄청 간단해보이지만 또 어려운 과정 속에 놓여있다. 다르게 해석한다면 마음이 작동하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것이 민주주의의 마음 치유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부서진 경험들로 종종 채워지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른바 태아의 생명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임산부의 선택권을 주장하는 사람들 간에 예기치 않은 유대가 생겨날 수 있다. 비슷한 경험이 상반 된 결론으로 이어졌음을 두 사람이 발견 할 때, 그들은 그 차이를 존중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상대방을 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37P)


본문을 읽다보면 '마음이 부서진 경험', '부서져 열린 마음' 등의 표현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한국에서 번역된 제목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도 이런 표현들로부터 나온 번역으로 추측된다. 결국 마음의 치유란 마음이 부서지는 경험에서부터 시작하는 건지도 모른다. 부서져 열린 마음은 민주주의의 마음 치유, 해체 된 마음에서 시작된 새로운 이야기, 분산 된 우리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어지는 경험이다. 


이 책에서 의미하는 '차이'란 단순히 언어적 의미에서의 '서로 다름'을 표현하는 유사한 단어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발견'하는데 있어 필요한 단서에 가깝다. 저자는 '예기치 않은 유대'에 집중한다. 비슷한 경험과 상반 된 결론이 결국 돌고 돌아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 민주시민 그 자체이다. 그러기에 더욱이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에는 지성을 감정, 상상력, 직관 등으로 다른 기능들과 통합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얼마 전 열렸던 포럼 하나가 생각났다.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제목의 포럼이었고, 발제자 중 한 명이 지인 K였다. K는 발제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이야길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은 저는 한번도 우리 사회를 지탱해가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런 것들을 한번도 고민하지 않고 살아가다가 마을에 정착하고 청년들과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사회적 가치에 무관심 했던 K는 어쩌다 민주시민이 되었을까. K는 그간 마을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며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하며 지냈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며 주민자치, 마을공동체, 평생학습, 도시재생, 주민자치, 도서관, 자원봉사, 청소년, 문화예술, 외국인 주민, 평화, 갈등해결, 공정, 환경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이 나왔고, 그 과정 속에서 K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_xSrmPNn3Q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 

민주주의, 민주시민이라는 이름하에 이어져있다는 것 말이다.   


이 책에서 주창하는 이야기들과 굉장히 유사한 경험이라고 봤다. 비슷한 경험과 상반된 결론으로 서로가 이어져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경험. K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쓰이지 않았던 마음의 역사를 덤덤히 기록해나갔고, 기록한 이야기를 덤덤하게 포럼에서 풀어나갔다. 누구는 이렇게 생각하고, 누구는 이렇게 생각했다. 단순 열거라고 보여질 수 있지만 그것들을 나열해나감으로 자신이 인터뷰를 하며 경험했던 민주주의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각자의 마음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야기가 흐를 수 있도록.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써야 할 일이다.  애쓰자!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https://www.youtube.com/watch?v=O_xSrmPNn3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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