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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Dec 11. 2021

<엄마는 아이돌> 엄마가 하는 리뷰

워킹맘 다이어리

tvn에서 시작한 <엄마는 아이돌>을 오늘 본방 사수해서 봤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결혼과 육아에 뛰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은퇴를 해야 하는 구조다. <엄마는 아이돌> 1화에서는 쥬얼리, 애프터스쿨, 원더걸스와 같이 10년 전 대히트를 쳤던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섭외해 심사위원들과 평가단 앞에서 노래와 춤을 뽐내며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앞으로 아이돌 출신 엄마들까지 영입해 엄마로 구성된 아이돌을 만들고 배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예고편을 본 후부터 이 프로그램을 무척 기다리고 있었다. 20대 시절 좋아했던 걸그룹 멤버들이고, 나 또한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공감 포인트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우고 본방사수를 해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했던 걸까. 1화를 보고 불편한 요소들이 많이 보여서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왜 엄마는 아이돌'일까.

1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던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pd님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아이돌은 여성이건, 남성이건 결혼 발표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룹에서 탈퇴를 하게 되고, 결혼하지 않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그 영향을 주게 되어 그룹 해체로 까지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이 과연 대중들에게 '엄마'라는 키워드 하나로 통할 수 있을지 예고편 볼 때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이 1화를 보면서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 같다.


<엄마는 아이돌> 첫 화 도입부부터 pd, 프로듀서로 구성된 사람들이 탁상회의를 한다. 이 회의의 주제는 '엄마 아이돌이 먹힐까'다. 어리고 젊은 아이돌이 주류인 이 아이돌 시장에서 자칫하면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냉소적인 발언들도 서슴지 않는다. 한 pd는 회의 도중 이런 말을 한다.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프로그램 취지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려는듯한 도입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억지스럽게 엄마들의 경력단절을 가지고 감성팔이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 경력단절. 너무 큰 의제를 건드려버린 것 같다.


요즘은 경력단절이 그냥 경력단절 자체로 문제가 되기보다는, 경력단절이 싫으면 아이를 낳지 말던지 아니면 악으로 버티던지 둘 중 하나인 게 현실이다. 이건 뇌피셜이 아니라 워킹맘 3년 차,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다. 경력단절은 더 이상 대단한 이슈가 아니라 오래된 숙제가 되어버렸다.


경력단절보다 더 큰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벼랑 끝에선 인구절벽, 저출산. 그것들은 눈덩이처럼 쌓여 국가의 큰 부채로 자리 잡고 앞으로 지금 보다 더 손을 못 쓰는 상황까지 치닫게 될 것이다. 지금 상황은 그것들은 더 이상 여성의 임신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을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경력 단절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만드는 것보다 시급한 건 여성에 특정하기보다 전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경제체제 대전환이 필요하고, 2030 세대들이 부동산과 취업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정말 치열하게 국가가 고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너무 커버린 숙제를, 엄한 엄마 아이돌이 나와 어떤 위로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엄마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엄마 아이돌의 시장성을 따진다니!  나는 사실 이 회의 자리가 1화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엄마는 아이돌> 첫 화를 보고, 이 프로그램이 <슈가맨>과 비교해보았을 때 차별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엄마 아이돌이 준비한 공연은 추억 소환 그 자체이면서, 이 무대를 올리기 위해 엄마 아이돌이 준비한 시간과 노력, 마음 한 스푼이 더해지는 무대였다. 스포일러일 수 있겠지만 나는 사실 선예가 준비한 노래를 듣고 눈물이 주룩 흘렀다. 타지에 아이 셋을 두고 다시 한국땅을 밟기로 다짐한 마음, 전혀 녹슬지 않은 실력. 10년 전 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워진 노래. 그걸로 사실 이 프로그램은 취지를 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돌> 1화에서는 여느 경연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심사위원이 존재했고, 뜬금없는 신입 아이돌들이 평가단 자리에 앉아 엄마의 노래와 춤을 평가했다. 오히려 심사위원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더 어울려 보이는 아이돌 엄마들을 데려다 놓고, 누가 누굴 심사한다는 말일까. 엄마가 된 왕년 아이돌은 시장성을 어느 정도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녹슬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이 심사에 포인 트였나 보다. 흘러간 세월만큼 트렌드에서 뒤처졌다거나, 체력적으로 현 아이돌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약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엄마 아이돌에게 현 아이돌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로 지낸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과 비교할 수 없듯이.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엄마는 아이돌> < 퀴즈> 환불 원정대를 결성했을 때처럼 유머와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접근해보았으면 어땠을까. 엄마로 지낸 10년이 마치 잃어버린 10년처럼 비치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워킹맘이지만, 전업맘이건 워킹맘이건 마찬가지로 아이와 함께  시간들이 결단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여긴다. 이 프로그램이 엄마로 지낸 시간들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써놓고 보니 <엄마는 아이돌> 보고 이렇게 비판적인 글을 이렇게나 장황하게 나열해놓았다. 어떤 포인트에서인지 버튼이 눌러진  틀림없다. 나는 내가   중에 버튼이 눌러진   글이 제일 무섭고 창피하다. 그래도 발행 버튼을 누를 것이다. 새벽에는 쓸데없이 용감해진다. 그리고 어찌 됐건 나는 다음  <엄마는 아이돌> 본방사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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