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돌> 엄마가 하는 리뷰

워킹맘 다이어리

by 최서영

tvn에서 시작한 <엄마는 아이돌>을 오늘 본방 사수해서 봤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결혼과 육아에 뛰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은퇴를 해야 하는 구조다. <엄마는 아이돌> 1화에서는 쥬얼리, 애프터스쿨, 원더걸스와 같이 10년 전 대히트를 쳤던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섭외해 심사위원들과 평가단 앞에서 노래와 춤을 뽐내며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앞으로 아이돌 출신 엄마들까지 영입해 엄마로 구성된 아이돌을 만들고 배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예고편을 본 후부터 이 프로그램을 무척 기다리고 있었다. 20대 시절 좋아했던 걸그룹 멤버들이고, 나 또한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공감 포인트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우고 본방사수를 해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했던 걸까. 1화를 보고 불편한 요소들이 많이 보여서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왜 엄마는 아이돌'일까.

1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던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pd님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아이돌은 여성이건, 남성이건 결혼 발표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룹에서 탈퇴를 하게 되고, 결혼하지 않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그 영향을 주게 되어 그룹 해체로 까지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이 과연 대중들에게 '엄마'라는 키워드 하나로 통할 수 있을지 예고편 볼 때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이 1화를 보면서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 같다.


<엄마는 아이돌> 첫 화 도입부부터 pd, 프로듀서로 구성된 사람들이 탁상회의를 한다. 이 회의의 주제는 '엄마 아이돌이 먹힐까'다. 어리고 젊은 아이돌이 주류인 이 아이돌 시장에서 자칫하면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냉소적인 발언들도 서슴지 않는다. 한 pd는 회의 도중 이런 말을 한다.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프로그램 취지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려는듯한 도입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억지스럽게 엄마들의 경력단절을 가지고 감성팔이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 경력단절. 너무 큰 의제를 건드려버린 것 같다.


요즘은 경력단절이 그냥 경력단절 자체로 문제가 되기보다는, 경력단절이 싫으면 아이를 낳지 말던지 아니면 악으로 버티던지 둘 중 하나인 게 현실이다. 이건 뇌피셜이 아니라 워킹맘 3년 차,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다. 경력단절은 더 이상 대단한 이슈가 아니라 오래된 숙제가 되어버렸다.


경력단절보다 더 큰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벼랑 끝에선 인구절벽, 저출산. 그것들은 눈덩이처럼 쌓여 국가의 큰 부채로 자리 잡고 앞으로 지금 보다 더 손을 못 쓰는 상황까지 치닫게 될 것이다. 지금 상황은 그것들은 더 이상 여성의 임신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을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경력 단절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만드는 것보다 시급한 건 여성에 특정하기보다 전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경제체제 대전환이 필요하고, 2030 세대들이 부동산과 취업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정말 치열하게 국가가 고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너무 커버린 숙제를, 엄한 엄마 아이돌이 나와 어떤 위로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엄마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엄마 아이돌의 시장성을 따진다니! 나는 사실 이 회의 자리가 1화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엄마는 아이돌> 첫 화를 보고, 이 프로그램이 <슈가맨>과 비교해보았을 때 차별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엄마 아이돌이 준비한 공연은 추억 소환 그 자체이면서, 이 무대를 올리기 위해 엄마 아이돌이 준비한 시간과 노력, 마음 한 스푼이 더해지는 무대였다. 스포일러일 수 있겠지만 나는 사실 선예가 준비한 노래를 듣고 눈물이 주룩 흘렀다. 타지에 아이 셋을 두고 다시 한국땅을 밟기로 다짐한 마음, 전혀 녹슬지 않은 실력. 10년 전 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워진 노래. 그걸로 사실 이 프로그램은 취지를 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돌> 1화에서는 여느 경연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심사위원이 존재했고, 뜬금없는 신입 아이돌들이 평가단 자리에 앉아 엄마의 노래와 춤을 평가했다. 오히려 심사위원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더 어울려 보이는 아이돌 엄마들을 데려다 놓고, 누가 누굴 심사한다는 말일까. 엄마가 된 왕년 아이돌은 시장성을 어느 정도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녹슬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이 심사에 포인 트였나 보다. 흘러간 세월만큼 트렌드에서 뒤처졌다거나, 체력적으로 현 아이돌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약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엄마 아이돌에게 현 아이돌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로 지낸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과 비교할 수 없듯이.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엄마는 아이돌>이 <유 퀴즈> 환불 원정대를 결성했을 때처럼 유머와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접근해보았으면 어땠을까. 엄마로 지낸 10년이 마치 잃어버린 10년처럼 비치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워킹맘이지만, 전업맘이건 워킹맘이건 마찬가지로 아이와 함께 한 시간들이 결단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여긴다. 이 프로그램이 엄마로 지낸 시간들을 더 존중해주는 모습을 더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써놓고 보니 <엄마는 아이돌>을 보고 이렇게 비판적인 글을 이렇게나 장황하게 나열해놓았다. 어떤 포인트에서인지 버튼이 눌러진 게 틀림없다. 나는 내가 쓴 글 중에 버튼이 눌러진 채 쓴 글이 제일 무섭고 창피하다. 그래도 발행 버튼을 누를 것이다. 새벽에는 쓸데없이 용감해진다. 그리고 어찌 됐건 나는 다음 주 <엄마는 아이돌>도 본방사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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