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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Feb 07. 2022

그렇게 키우면 그렇게 되지

워킹맘 다이어리

얼마 전 목욕탕을 다녀왔다. 임신 8개월, 부른 배로 뒤뚱뒤뚱 목욕탕에 들어서니 할머니들이 웅성웅성한다. 어떤 할머님은 임산부를 너무 오랜만에 봤다며 음료수를 건네기도 했다. 둘째 임신이라 확실히 느끼는 것인데 목욕탕에 가면 할머니들이 그렇게 임산부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목욕탕을 다녔던 나는 목욕탕을 참 좋아한다. 아직도 본가에 가면 엄마가 매번 들고 다녔던 목욕바구니가 있다. 엄마는 깜깜한 새벽 나와 동생을 깨우고 목욕탕을 갔다. 첫째도 딸, 둘째도 딸 출산을 예정인 나는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함께 목욕하러 가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내가 받은 사랑과 내가 했던 경험. 그것들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자라며 내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딱 그뿐 인 것 같다.


얼마 전 친한 대학 친구 한 명이 임신을 했다. 나와 출산일은 4개월 정도 차이가 난다. 매사 계획적이고 추진력이 있는 친구는 아이가 태어나면 뭘 해주고 싶은지 주저리주저리 내게 설명해줬다. 듣다 보면 자꾸 웃음이 나왔다. 딱 그 친구의 성향을 담은 계획들이었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첫째를 낳고 키우는 지금까지도 난 친구가 말하는 계획들이나 생각들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얼마나 다른 성향의 엄마인지,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엄마들이 있는지 짐작이 간다.


계획을 브리핑하던 친구는 전화통화 말미에 아이가 자신을 닮을까 봐 걱정이라 했다. 하지만 듣다 보면 닮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키우면 그렇게 되겠지 싶은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내 마음 같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건 아마도 내 마음과 내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오랜만에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친구도 보고 싶고, 친구 아이도 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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