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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Jan 25. 2022

살던 대로, 하던 대로

워킹맘 다이어리

둘째 임신 7개월 차, 휴직 한 번 없이 3년을 꼬박 일한 나는 둘째도 그렇게 하리라 마음을 미리 먹었다. 첫째 임신 때에는 38주 차까지 일을 하다 41주에 아이를 낳았다. 이번엔 출산 하루 전까지 일해야지 마음먹었던 게 무색해질 정도로 지금은 앉아서 일을 하는 것조차 힘들다. 일을 하다 말고 휴게실에서 잠깐씩 누워있다 나와 겨우 일을 하고 있고, 앞당겨서 휴직을 내야 하나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 


얼마 전 유 퀴즈에 서울대병원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님이 나와 "임산부들에게 안정과 태교는 권장하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유인즉슨 사람들이 말하는 안정과 태교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하는 여성들, 태교 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임신기간부터 죄책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여러 말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목은 "엄마는 엄마로서 자기 일을 다하면 그걸로 되는 거다"라는 말이었다. 


첫째 아이가 네 살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죄책감을 완전히 씻을 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아이에 대해 죄책감이 시작된 게 교수님 말씀대로 임신기간 때부터다. 엄마는 엄마 삶을 살면 그만인 것인데, 머리로는 그걸 이미 알고 있음에도 마음먹기가 참 힘들다. 


둘째를 가진 지금이야 한번 겪은 일이라고 아무렇지 않았지만, 첫째를 임신했을 때만 해도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람들이 권하는 이 '절대 안정'이었다. 조금만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화들짝 놀라며 뛰지 말라 하고, 조금만 무거운 물건을 들어도 들지 말라 한다. 심지어는 매운 음식인데 먹어도 되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간혹 특정 매운 음식이 임신기간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다. 그렇게 따지면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몰라서 그랬건 어쨌건 일부 산모의 자기 주도성을 해치는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임산부에게 권장되던 '안정'이란 교수님 말씀처럼 엄마가 자기답게 자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처음 의미였는지 모르겠다. 


요즘 나는 둘째를 가진 지금 임신 배지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임신 배지를 달고 있어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지 못하던 게 첫째 임신했을 때 일상이기도 했고, 지금으로선 원래 내가 하던 대로 사는 게 가장 편하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 같은 것이기도 하다. 원래 살던 대로, 원래 하던 대로 살자. 그 마음 때문에 일부러 임신 배지를 차고 다니지 않는다. 


안정과 태교를 강조하는 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임신했으니 이래야 되지 않을까? 임신했는데 이거 해도 돼? 묻는 건 대부분 애정과 관심에 기반한 기우들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럴 때마다 불편하다기보다는 그분들의 마음만 고맙게 받기로 한다. 다들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살던 대로 살게요. 하던 대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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