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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Feb 15. 2022

남편과 재밌어서 결혼했다

워킹맘 다이어리

나는 기혼 주의자도 아니고, 비혼 주의자도 아니다.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딱히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나지 못해 비혼의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남편이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잘 생긴 것도 아니며,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남편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남편도 나와 그리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게 된 계기는 남편과 함께 있으면 재밌어서였다. 재밌으면 코미디언이랑 결혼하지. 반문이 절로 나오는데, 재미만 있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니다. 


차분하고 선한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재밌겠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 잘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긍정이 나와 남편을 결혼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막연한 긍정을 지닌 사람이다. 그게 가끔 답답할 때도 있지만, 아니 자주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초심을 다잡게 만들기도 한다. 너무나 재밌는 나머지 가끔 엉뚱한 행동으로(본인은 굉장히 진지함)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인생이 맨날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 이렇게나 재미있는 사람이라서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또 남편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결혼을 하고서도 아이를 낳을지 말지 정말 반반이었다. 딩크로 조금 더 마음이 기울어져있을 때쯤, 아이를 낳는 것에 마음이 기울어져있던 남편이 행동(?)하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모든 것에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는 세대라고 한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기 때문에 임신기간부터 아이를 기르는 시간이 매우 힘들었다. 그 시간 동안 난 확실히 '일하는 엄마'가 필연이고, 체질임을 알게 되었다. 일을 그만두면 큰일 날 것처럼,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그만두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보다는 회사일에서 자기 효능감을 찾고 있었다. 오히려 일터보다 그 이상의 자기 효능감을 찾기 위해 여러 사이드잡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분주하게 육아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 이유를 찾게 되었고, 둘째까지 가지게 되었다. 


둘째를 출산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피곤하고 분주해질 테지만 여전히 막연한 긍정이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흘러가는 대로 살겠다는 그 마음이 때로는 어떤 상황이 와도 겁내지 않고 전진하겠다는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결혼을 했고,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낳았다. 각자의 긍정과 각자의 목표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혼자서 자신을 길러내는 것을 긍정으로 삼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무모한 결정과 과정이 무언가를 더 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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