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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Mar 18. 2022

30대가 되니 친구가 없는 이유

워킹맘 다이어리

친구가 없다. 그런데 정신 차려 보니 30 중반이 되어있다. 에이, 친구가  없겠어. 있다. 연락하면 답장 오는 그런 친구들 있긴 있지만 예전만큼 까르르 웃을 일이 없어졌을 뿐이다. 친구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긴다. 기쁜 일이 있을  기뻐해 주고, 슬픈 일이 있을  슬퍼해주고, 웃긴 일이 있을  웃어주고, 울고 싶은 일이 있을  같이 울어주고. 그런게 친구가 아닐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는  보니 진짜 친구가 없어지긴  모양이다.


이제는 친구가 아니라 지인 사귀는 일이 더 많아진다. 좋은 일이 있으면 쪼르르 달려가 자랑하고, 슬픈 일, 화나는 일 있으면 사소한 일도 다 털어놓던 그런 친구들이 없어졌다. 아니, 이건 친구들이 없어졌다기보다 그 친구들은 여전히 세상에 살아있지만 그 친구들에게 나의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시대가 끝난 것처럼 느껴진다. 왜 일까?


"나 노브라야"

스무 살 때는 이런 사소한 것들도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럼 친구들은 내 가슴 쪽을 쳐다보며 킥킥거렸다. 화장실도 같이 갔었는데, 지금은? 아주 좋은 일이 생겨도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좋은 일이 아니라 자랑인 것 같아서.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면 더더욱 그 자랑을 멈칫하게 된다.


친구가 서서히 사라진건 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인 것 같다. 거의 매일을 붙어있던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특히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아이가 있고, 없고로 극명히 그 선이 생긴 것 같다. 공감대도 사라졌다. 남자 이야기, 친구 이야기, 공부 이야기. 공감대가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누가 잘 살고 누가 못 살고로 계급이 나눠진 기분이다. 하다못해 선물 하나 주고받는 일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하는 기분이다. 분명 기분 좋으라고 주는 선물인데, 비싼 선물을 받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 비싸면 비쌀수록 고맙기보다는 마음이 불편하다. 나 잘 살고 있어를 늘 증명해 보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스멀스멀 마음속에서 기어 나온다.


그러다가 머리를 혼자 좌우로 흔들며, 내가 또 선물 하나에 자격지심을 부렸구나 반성한다. 이게 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 내가 잘 살지 못하고 있어 생긴 일이구나 싶은 것이다. 생각이 또 많았구나 싶은 것이다.


그냥, 진짜 좋은 친구는 여전히 좀 철없는, 여전히 어린 날의 친구를 닮아있는 그런 친구인 것 같다. 연락 안 한지 5년이 지났든 10년 지났든 그때 나처럼 나를 바라봐주는 그런 친구. 나를 막 대해주는 친구. 그런데 그런 친구가 아직 나에게 남아있을까. 아니, 친구들은 달라졌다. 그때보다 더 생각이 많아졌고, 나처럼 자격지심도 조금 생겼고, 언제 어른이 된 건지 모르게 어른이 됐다.


그래서 내겐 친구가 없다. 근데 그게 뭐 대수인가. 보고싶다, 그 시절 너의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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