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다이어리
친구가 없다. 그런데 정신 차려 보니 30대 중반이 되어있다. 에이, 친구가 왜 없겠어. 있다. 연락하면 답장 오는 그런 친구들 있긴 있지만 예전만큼 까르르 웃을 일이 없어졌을 뿐이다. 친구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긴다. 기쁜 일이 있을 때 기뻐해 주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해주고, 웃긴 일이 있을 때 웃어주고, 울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같이 울어주고. 그런게 친구가 아닐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는 걸 보니 진짜 친구가 없어지긴 한 모양이다.
이제는 친구가 아니라 지인 사귀는 일이 더 많아진다. 좋은 일이 있으면 쪼르르 달려가 자랑하고, 슬픈 일, 화나는 일 있으면 사소한 일도 다 털어놓던 그런 친구들이 없어졌다. 아니, 이건 친구들이 없어졌다기보다 그 친구들은 여전히 세상에 살아있지만 그 친구들에게 나의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시대가 끝난 것처럼 느껴진다. 왜 일까?
"나 노브라야"
스무 살 때는 이런 사소한 것들도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럼 친구들은 내 가슴 쪽을 쳐다보며 킥킥거렸다. 화장실도 같이 갔었는데, 지금은? 아주 좋은 일이 생겨도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좋은 일이 아니라 자랑인 것 같아서.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면 더더욱 그 자랑을 멈칫하게 된다.
친구가 서서히 사라진건 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인 것 같다. 거의 매일을 붙어있던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특히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아이가 있고, 없고로 극명히 그 선이 생긴 것 같다. 공감대도 사라졌다. 남자 이야기, 친구 이야기, 공부 이야기. 공감대가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누가 잘 살고 누가 못 살고로 계급이 나눠진 기분이다. 하다못해 선물 하나 주고받는 일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하는 기분이다. 분명 기분 좋으라고 주는 선물인데, 비싼 선물을 받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 비싸면 비쌀수록 고맙기보다는 마음이 불편하다. 나 잘 살고 있어를 늘 증명해 보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스멀스멀 마음속에서 기어 나온다.
그러다가 머리를 혼자 좌우로 흔들며, 내가 또 선물 하나에 자격지심을 부렸구나 반성한다. 이게 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 내가 잘 살지 못하고 있어 생긴 일이구나 싶은 것이다. 생각이 또 많았구나 싶은 것이다.
그냥, 진짜 좋은 친구는 여전히 좀 철없는, 여전히 어린 날의 친구를 닮아있는 그런 친구인 것 같다. 연락 안 한지 5년이 지났든 10년 지났든 그때 나처럼 나를 바라봐주는 그런 친구. 나를 막 대해주는 친구. 그런데 그런 친구가 아직 나에게 남아있을까. 아니, 친구들은 달라졌다. 그때보다 더 생각이 많아졌고, 나처럼 자격지심도 조금 생겼고, 언제 어른이 된 건지 모르게 어른이 됐다.
그래서 내겐 친구가 없다. 근데 그게 뭐 대수인가. 보고싶다, 그 시절 너의 모든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