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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Apr 29. 2022

첫째랑 둘째랑 육아방식이 다른 이유

워킹맘 다이어리

내겐 늘 궁금함이 있었다. 왜 동생과 나는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다른걸까. 쓰고 보니 좀 바보 같은 질문이긴 하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격도 다르고 뇌구조도 다른 게 당연하지만,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배에서 나왔고 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왔는데도 각자가 생각하는 부모가 다르고, 같은 경험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의미와 마음은 다르게 출력되는게 새삼 신기하다. 


이번에도  바보 같은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첫째 육아와 둘째 육아가 다른 이유는, 첫째 육아는  번째때문이고, 둘째 육아는   때문이다. 써놓고 보니 정말 바보 같다.


처음은 서툴다고 한다. 첫사랑은 실패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첫사랑.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마음이 앞선다. 첫째 아이는 첫사랑이다. 그러므로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상 자식들에겐 같은 부모가 아닌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엄마로서의 내 모습은 임신기간부터 달랐다. 첫째 때 겪었던 일들을 둘째 때는 겪지 않겠다 해서 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임하기도 하고, 이미 겪은 일이니 조바심과 두려움을 덜 느끼는 경향도 있었다. 출산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첫째는 열정으로, 둘째는 노련함으로.


첫째만 키울 때는 밥도 정시에 먹이고, 정시에 재우고, 모든 걸 루틴화하면서 맞추려고 하다 보니 계획대로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생활이 생활이 아니었다. 모든 걸 아이에게 맞췄다. 반쯤 혼이 나가 있는 상태로 하루하루 다크서클이 더 짙어져 갔다. 첫째 때는 분유도 정량으로 맞추겠다고 분유 스푼도 택배로 주문하는 지극정성 육아를 선보였지만 둘째는 계량? 그런 거 없다. 눈대중으로 맞춰 먹인다.


둘째는 우리 가족의 루틴 안에 잘 들어와 적응해야 한다. 목청 높은 첫째의 소란에 잠을 설칠 수 있고, 이거 저거 다 꼴을 갖춰 키우기보다 있는 살림 안에서 살짝 대충 키운다. 고로 부족함 속에 자란다고도 볼 수 있다. 첫째 육아는 희생정신이 디폴트 값이었기 때문에 부모의 니즈는 우선순위에서 많이 후순위로 밀려있었지만, 둘째 육아는 길게 내다봐야 하는 장기전이다. 부모의 니즈가 우선순위에서 절대 밀려서는 안 된다. 특히 돈은 이럴 때 아끼지 않는다. 절대로 몸테크 하지 않는다. 육아를 하려면 체력부터 보충해야 한다.


이 말 또한 바보 같은 말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첫째를 더 사랑하고 둘째를 덜 사랑한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첫째도 사랑이고, 둘째도 사랑이다. 자꾸 당연한 말 해서 죄송하다. 육아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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