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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May 09. 2022

꿈은 있는데 잠을 못 자요

워킹맘 다이어리

남편이 주저리주저리 어제 꿨던 꿈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최근에 언제 꿈을 꾸었지? 싶다. 그러고 보니 요 근래 꿈을 꾼 적이 없잖아. 신생아를 돌보느라 두 시간, 세 시간 텀으로 깨기 때문에 잠을 깊게 못 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편과 돌아가면서 밤을 새기도 애매하다. 남편은 첫째를 돌보기로 했고, 나는 둘째를 돌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남편은 출근을 해야 되고 나는 출산휴가 중이기 때문에 그나마 나는 산후도우미를 신청해서 당분간은 낮잠을 잘 수 있다. 꿀 같은 주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주말이야말로 전쟁이다. 출산 휴가 끝나고 복직인데 벌써부터 복직 생각에 그마저 있던 잠도 다 달아난다.


숨소리도, 아주 작은 인기척도 잘 들리도록 아이를 코 앞에 두고 잠이 든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핏덩이 녀석이 무얼 보았다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울다 잠든다. 꿈도 못 꿀 것 같은 아이와 꿈도 못 꾸는 엄마. 언제쯤 우리는 제대로 된 꿈을 꿔볼까. 그래도 언젠간 내 꿈도 돌아오겠지. 제대로 된 꿈을 꾸겠지. 그래도 첫째가 있어 다행이고 기특하다. 핏덩이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첫째는 크게 보채지도 않고 애착 이불을 끌고 다니며 혼자 잘 준비를 하더니 어느 순간 내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둘째 아이와 딱 3년 터울인 첫째는 요즘 내가 동생 기저귀를 갈 때마다 목청을 높인다. "응가일까, 쉬야일까." 턱을 괴고 앉아서 빤히 자기 동생을 쳐다본다. "응가다!" 동생이 응가를 누었을 때는 손에 기저귀를 들고 내 옆에 착 붙어서 "엄마, 지금처럼 응가일 때 말해"라고 한다. 동생이 울기라도 하면 후다닥 자기 몸집만 한 모빌을 들고 와 모빌을 틀어준다.  


나와 딱 2살 터울인 여동생이 육아휴직 중인데 지난 주말 출장을 다녀왔다. 요즘 동생은 회사일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부지런히 책을 출간하더니 이번엔 부산에 작품 전시회를 하러 내려갔다. 열 박스나 되는 작품을 혼자 두 시간 동안 정리했다고 한다. 남들은 육아휴직 중엔 육아만 하느라 바쁜데 동생은 육아도 하고 꿈도 이룬다.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일한다고 육아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동생이 휴직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모유수유를 하고 있고, 매일같이 육아일기도 쓴다. 가만히 있질 못 하는 성미와 지독한 부지런함. 우리 엄마가 그런 사람인데 동생은 딱 그런 엄마를 빼다 박았다. 새벽차로 부산에 내려가 작품 전시 준비하고, 또 남은 시간에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유튜브와 블로그에 올릴 콘텐츠를 준비했다고 한다. 호텔 침대에 누워 영상통화를 하는 동생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이상하게 생기가 가득했다. 오히려 떼꾼한 얼굴은 나였다. 꿈꿀 시간도 없다는 건 핑계일까. 꿈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꿈을 직접 짓고 있는 사람.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앞에 있었구나. 대단하다. 대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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