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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Jun 27. 2022

주말 부모

워킹맘 다이어리

"조아야, 이번 주말에 파주 할머니 집에 간다."

남편이 첫째 딸에게 건넨 말 한마디가 훅 가슴에 내리 꽂힌다. 출산 휴가가 마감되는 날이다. 어떻게 세 달이 지나간거지.


이번 주말부터 세 달 동안은 둘째를 시어머니께 맡긴다. 평일 내내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둘째를 돌본다. 베이비시터 일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일을 못 하게 되시고 우리 부부는 아이 돌봄 서비스 신청 대기가 빠지지 않아 그렇게 맡기게 되었다.


솔직히 어머님께 맡기면 아이 걱정은 없는데, 분명 잘 된 일인데 마음이 꿉꿉하다. 걱정은 사치 같기도 하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일도 없다. 어디 보자. 일단 아이 물건들을 잘 챙겨서 정리해야 하고 복직하기 전에 내가 벌려놓은 일들도 다 정리해야 한다. 정리할 일들이 산더미다.


복직해서 일할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아이가 앞으로 성장할 것들 생각하면 행복하고 기대되기도 한데, 주말부부가 아니라 주말부모기   생각하니 마음이 즐겁기보다는 싱숭생숭한   크다.


오늘은 온 가족이 마트에 들러 찬꺼리들을 샀다. 카트에 이것저것 담는데 갑자기 모르는 분이 내 품에 안겨있던 둘째 아이 발을 덥석 잡는다. 금방 들어갈 거라 아이를 양말도 안 신기고 데리고 왔는데 여기저기 아주머니들이 아이 발이 차 보인 다고 만져댄다. '에구, 발이 얼음장이네. 양말은 신겨 나오지.' 마트를 다 돌고 계산하러 나오다 보니 그냥 택배로 장 볼걸 후회가 된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세상 사람들 저 좀 보세요. 이렇게 나쁜 사람이랍니다.


혼자 씩씩대다가 이상하게 눈에 눈물이 고인다. '봐봐. 얘가 얼마나 더우면 머리가 다 젖었다고요. 제가 하루 종일 안고 있었다고요. 이제 다음 주면 잘 못 안아줄 테니까.'


첫째가 신발이 벗겨졌다고 빽빽 운다. 신발이든 맨발이든 하여간 발이 문제다.


남들이 뭐라 하든 쳐다보든 말든. 낮은 목소리로 첫째에게 말한다. "조아야, 엄마가 동생 안고 있어서 조아 신발 못 신겨줘. 조아 혼자 신을 수 있지?" 그 말을 들으니 더 크게 울어버린다. 서러워도 어쩔 수가 없다. 이제 앞으로 혼자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져야 해. 그건 동생때문만은 아니야. 앞으로 하는 모든 것들이 그래. 혼자서도 해낼 수 있어야 해. 속으로 하는 뾰족한 혼잣말들이 딸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꼭 나한테 하는 말 같다.


그래, 이제 두 아이의 엄마잖아.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야 해 뭐든. 남들에게든 내 딸들에게든, 나에게든 조금 더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울지 말자. 울지 마, 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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