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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Jul 07. 2022

내 딸 로아에게

워킹맘 다이어리

사랑하는 로아야. 사랑스러운 로아야. 


안녕? 엄마야. 너에게 쓰는 첫 번째 편지라니.(로아 인생 첫 번째 편지자리는 아쉽게도 이모에게 뺏겼어.)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로아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될 즈음이야. 조아에게 쓸 때는 안 그랬는데 조금 떨리네. 


100일이 된 로아는 아주 온순한 아이란다. 지금은 목도 가눌 줄 알고 몸에 힘이 있고 딴딴해서 로아를 뒤집어 놓으면 벌써부터 배밀이를 하더라고. 로아가 잘하는 건 옹알이야. 얼마나 수다쟁이이고 가수인지 몰라. 동요를 틀어놓으면 같이 따라 부르고 로아의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걸면, 두 마디, 세 마디 엄마보다 더 말을 많이 해.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됐을 때인가. 아침에 일어나서 로아에게 아침인사를 하는데 네가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면서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는 거야. 세상 사람들한테 로아의 귀여움을 다 알려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어. 그걸 엄마만 본 게 정말 아쉽네. 다들 자고 있었거든. 엄마는 봤어. 세상의 모든 빛을 다 담아놓은 것 같은 로아의 두 눈에 담긴 총명함을 말이야. 


로아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로아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야. 로아야, 절망하고 싶을 때는 마음껏 절망하고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자. 엄마는 로아가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어. 할 수 있어, 로아야. 엄마는 로아의 두 눈에 담긴 총명함을 정말로 보았거든. 힘들고 슬픈 일이 있을 땐 다 엄마에게 말해줘. 엄마한텐 다 말해도 되고 다 기대도 돼. 


엄마는 며칠 전부터 회사를 다시 나가기 시작했어. 파주에 있는 너의 할머니에게 너를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가고 있어. 세 달 쉬었다고 금방 이것저것 바뀌었더라고. 엄마랑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코로나에 걸려서 집에서 자가격리 중이라 엄마는 요즘 엄청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지만 바쁜 것이 나쁘지 않네. 

할머니, 할아버지와 있는 로아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해. 아직 어린 로아여서 엄마랑 같이 잘 때는 새벽에 한 번씩 깼었거든.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고 난 이후로는 새벽에 안 깨고 쭈욱 통잠을 잔다고 하더라. 효손이라고 칭찬이 자자해. 거봐, 엄마 말이 맞지? 엄마는 로아가 잘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적응을 잘할 줄은 몰랐어. 엄마는 로아를 정말로 믿었거든. 로아는 정말로 복을 부르는 아이야. 


퇴근길에 엄마는 조아랑 로아 사진을 보고 있어. 로아 사진을 보면 고단함이 싹 달아나. 조아 언니는 엄마의 비타민인 건 두 말하면 입이 아프지.(가끔 엄마를 힘들게 하지만^^ㅎㅎ) 지금은 7월이라 비도 많이 오고 덥기도 엄청 더워. 조아 언니는 요즘 툭하면 졸리다고 해. 입맛도 없는지 밥도 잘 안 먹고 말이야. 지금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로아는 어때? 어떤 계절에 어떤 마음일까. 로아가 어서 커서 조아 언니랑 같이 손잡고 놀이터 뛰노는 걸 보고 싶다. 더 크면 엄마랑 커피 마시러 다니겠지.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는 엄마도 모르게 너희 둘과 같이 있을걸 상상해서 웃음이 새어 나와. 


사랑하는 로아야. 무사히 백일을 보냈구나. 정말 축하하고 정말 고마워. 

엄마에게 와준 것, 로아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정말 축하하고 정말 고마워. 앞으로 편지 자주 쓸게. 안녕, 또 보자! 


조아에게 


사랑하는 조아야, 사랑스러운 조아야. 안녕! 엄마야. 


너의 동생 로아에게 태어난 지 100일이 된 기념으로 편지를 쓰다가 문득 네가 4살이 되도록 두 번째 편지를 쓰지 않은 것이 떠올라 부랴부랴 겸사겸사 편지를 쓴다. 엄마 지금 무척 반성 중이야. 쏴리^^. 앞으로는 편지 자주 할게.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엄마도, 4살의 조아도 아주 잘 지내고 있는데, 지금 이 편지를 읽는 조아도 잘 지내고 있니. 


4살이 된 조아는 100일 때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을 했지. 말도 얼마나 잘하고 그림도 얼마나 잘 그리고 어찌나 잘 노는지 몰라. 조아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춤짱을 뽑는데, 조아가 맨날 춤짱이래. 체육선생님이 다른 아이 이름은 몰라도 조아 이름은 알고 있다는데? 뭐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조아야. 조아 너도 알지? 


조아는 사랑스러움의 아이콘이지. 길을 가다가 조아를 보면 모르는 사람도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쁘단다. 그리고 얼마나 씩씩한지. 조아가 말이 트이기 전에는 엄마는 조아가 얌전한 아기인 줄로만 알았어. 조아는 목청도 크고 뭐든지 1등을 하고 싶어 하는 호랑이 기세를 가진 여장부야. 조아는 꿈이 티라노사우르스래. 공룡을 좋아하는 조아는 공룡 중에서도 가장 센 티라노를 좋아해. 이 글을 읽고 있는 조아는 꿈을 이뤘을까? 엄마는 정말로 놀랐거든. 꿈이 티라노사우루스라니! 얼마나 멋져! 티라노사우르스가 되었니? 누가 알겠어. 미래엔 엄마도 날쌘돌이 프테라노돈이 되었을지도 ㅎㅎㅎ. 

조아는 아빠 껌딱지야.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착 붙어서 떨어지지 않지. 아빠가 똥 싸고 있으면 똥 싸지 말라고 운 적도 있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으면 엄마 얼굴을 흘깃 보며 씨익 웃고는 아빠라고 대답하거든. 아주 가끔 엄마가 더 좋다고 하는데 엄마는 그게 조아의 진심이라고 믿고 있어.   


조아야, 엄마는 조아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로아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사실이 그래. 조아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걸. 조아야, 엄마는 요즘 조아를 보면 살짝 걱정이 드는 게 하나 있어. 조아는 1등 하는 걸 너무 좋아해. 1등을 못 하면 갑자기 1등을 못 한 게 생각나서 억울한 얼굴로 엄마에게 와서 1등 못 했다고 울어. 어제 일인데도 오늘 있었던 일인 것처럼 서럽게 우는데 아니야, 조아야. 1등은 못 해도 되고 실수해도 돼. 1등을 못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단다. 꼴등도 할 수 있는 거야. 엄마는 조아가 많이 많이 속상해하는 게 속상해. 너의 속상함에 대해서 엄마에겐 털어놓아도 돼. 그래, 1등 못 해서 서러울 수 있지. 서러워도 돼. 속상할 때는 지금처럼 엄마에게 와서 이야기해줄래? 그럼 마음이 훨씬 괜찮아질 거야. 엄마는 언제나 조아를 위해 준비되어있어. 


조아야, 지금 이곳은 더운 여름이야. 엄청 덥고 갑자기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지금 조아는 더워서 자꾸 졸리다고 자꾸 밥 안 먹겠다고 하는데 지금 조아는 어떠니? 입맛 없다고 끼니 거르지 말고, 고기만 먹지 말고 야채도 많이 먹고. 너무 몸을 혹사시키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사랑해. 엄마 또 편지할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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