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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Aug 03. 2022

어른들의 몫

워킹맘 다이어리

거실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왜 울어. 이리 와."


이리오라고 한마디만 툭 뱉어도 아이는 곧장 달려온다. 나는 또 왜 울었냐고 다시 묻는데 그러면 아이는 서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소리 반 말소리 반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빠가 안 자면 도깨비 온대. 도깨비 무서워."


직접 본 적도 없는 도깨비가 무서워서 아이는 온몸을 오들오들 떤다. 본 적 없어서 무서운 걸까. 부들부들 떠는 몸을 가만히 안고만 있는데 울음도 몸도 저절로 그친다. 이제 잠드려나. 아이는 다시 자기 이불을 질질 끌고 아빠가 있는 거실로 간다.


요즘은 학습지 공부를 시작했다. 쿠팡에서 산 10권 묶음 만 삼천 원짜리 학습지다. 혹시라도 어려워서 금방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 네 살이지만 세 살용 학습지를 시작했다. 퇴근하고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돌아오면 저녁밥을 먹은 후 학습지 공부를 시작한다. "공부하자!"라고 외치면 잘 놀던 장난감도 내려놓고 책상에  앉는다.


말이 공부고 학습지지 그냥 색칠놀이에 스티커 놀이북이다. 아직은 숫자 쓰기와 글자 쓰기는 어려워해서 어려워하는 것들은 그냥 패스하거나 자기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고 끝내버린다. 학습지를 하는 시간은 짧게 하면 15분이고 길게 하면 1시간을 넘긴다.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 가르친 적도 없는데도 아이는 알아서 공부가 공부인 줄 안다. 그게 너무 신기하다. 학습지를 열고 몇 장 푼 것만으로도 충분해서 공부 그만하자 하면 "안 돼! 공부해야 돼!"라고 말한다. 마치 어디서 뭘 본 거 있는 아이처럼 말이다. 끈기가 있는 건 물론 칭찬해줘야 하지만 나는 그게 기특하기보다 짠하다. 짠하고 슬프고 닭살이 돋기도 하다.


며칠 전 정부가 발표한 '조기입학' 논의 소식에 엄마들 채팅방이 떠들썩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조기입학 물망이 오른 19년생 아기 엄마들이기 때문이다. 화가 나서 밤을 새웠다는 엄마도 있었다. 3개월 먼저든, 6개월 먼저든, 1년 먼저든! 뭐가 됐건 간에 비상이다.


요 며칠 나도 걱정이 되어 밤잠을 설쳤다.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조기입학을 검색했다. 조기입학이 청원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라고 한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며 이 모든 사태가 예견되어 있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게 다 고령화 사회 때문"이라고만 말한다. 남편의 대꾸엔 항상 이런 반문이 든다. "누가 그걸 모른대?" 어쨌거나 우리 아이가 이런 시대가 아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성장통을 겪어야 한다고. 이게 다가 아닐 확률이 더 높다. 이건 어쩌면 신호탄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게  책임에 대한 문제라고 한다. 어쩔  없이 짊어져야 되는 아이들의 몫이라고.  책임의 몫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의 몫이 되어버린다. 이유도 없이 밤에 찾아온 도깨비처럼 정체를   없고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얼굴을 해서  서운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말이야. 하나도  무서워! 도깨비가 어떻게 생겼는지 엄마도 모르고  적도 없고 어쩌면 엄마도 너만   무서워했었던  같지만 기억도   .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한  아니야. 엄마는 너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지. 그래서 그냥 너의 떨리는 몸을 가만히 안고만 있지. 어른들의 몫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어른들은 어른들만의 지분을 내야 . 그게 어른이라면 먼저 지불해야  어른들의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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