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다이어리
워 투더 킹 투더 마미. 워킹맘! 워킹맘이 된 지 몇 년이 지나도 나는 워킹맘이 불편하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워킹맘이라는 말 안에는 죄책감과 희생정신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정들이 숨어있다. 그런 혼란함 속에서 엄마들은 불안하다.
최근 오은영 박사님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라는 책을 읽었다. 왜 엄마들은 불안하고 아빠들은 무관심할까. 정말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불안한 엄마든, 무관심한 아빠든 각자의 안에 '방어기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불안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한데, 이 책에서는 연령대별로 한국 부모가 가질 수 있는 특징들을 짚어주고 있다. 30대 엄마들은 보통 유복한 환경 속에서 부모들이 웬만한 것들을 다 해주는 방식으로 자라왔기 때문에, 혼자 해야 하는 육아에 대해서 힘들어한다. 유복하지 못 한 환경에서 자란 엄마들도 자신의 부모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은 저항감에 아이를 잘 키우고자 노력하지만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를 잘 케어하는 것이 사회적인 덕목으로 자리 잡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맞벌이로 생활해야 하는 엄마들은 이 지점에서 자신의 '통합된 자아'를 버거워한다. 나도 이렇게 육아 서적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일하는 나와 엄마로서의 나, 아내로서의 나, 딸로서의 나를 통합시키는 것이 매번 어려운 것 같다. 오은영 박사님의 생활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일하는 오은영 일 때는 자신은 육아하는 오은영, 아내인 오은영 등 다양한 역할의 오은영들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철없는 아내 오은영이 된다. 개별적인 오은영들을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첫째 아이가 벌써 네 살이 되어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엄마인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육아시간을 내어 아이 어린이집 하원을 하러 갈 때도 아직도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있는 엄마들을 보면 눈길을 피하고 아이만 보며 아이에게만 말을 건다. 그러면 나는 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이상한 엄마가 된다. 일하는 자아가 너무 비대한 탓일까. 자아의 균형감을 가져보려고 글쓰기 수업도 듣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지만 육아에서만큼은 아직도 초보 엄마인 것 같고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아이의 사랑스러움과는 별개로 아이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어색함이 늘 나를 따라다닌다.
이 책을 보다 보면 중간에 양육스트레스 체크와 불안도 체크, 성인애착 체크리스트가 나온다. 나의 경우는 양육스트레스 체크에서 부모역할의 효능감은 굉장히 낮은 편이었고, 그에 반해 부모로서의 좌절감이나 불안감은 없는 축으로 나왔다. 양육자로서의 자아가 적고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 생기는 불편한 감정이었던 것이다.이 책에는 워킹맘들의 죄책감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이를 위해서 일을 선택했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사고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머리를 꽝 맞은 것 같이 얼얼했다. 일하는 엄마나,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는 전업주부 엄마나 둘 다 마찬가지로 각자의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견해가 다를 뿐인 것이다.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부모로서 스킨십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한다면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고, 일을 통해 경제적 안정감을 주고 일하는 엄마로서의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고 느낀다면 워킹맘이 되는 것이다. 그 어디에도 아이를 위한 희생이라는 몫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이 선택들에 있어 주작용은 엄마 역할을 하는 나 자신뿐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너 때문에 이렇게 희생했다는 말이나 뉘앙스를 풍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도 은연중에 아이에게 아이라는 존재 자체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았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고,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오은영 박사님은 일관적으로 '나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를 강조하고 있고, 마음 들여다보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기였다. 육아에 있어 부족한 점을 찾기보다 통합된 자아로서 살아가기에 있어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내 하루와 내 일상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됐어. 충분해! 그런데 가장 중요한 생각이 이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를 대할 때 가장 큰 불안을 만드는 것은 욕심이다. 그런데 이러한 욕심은 모두 자기 확신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자신부터가 ‘이 정도면 됐어’ ‘충분해’라는 마음을 갖는 게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p.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