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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Aug 26. 2022

대나무숲

워킹맘 다이어리

복직을 코 앞에 두고 출산휴가 끝자락에 가족들과 부산여행을 간 적이 있다. 동생이 부산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서 겸사겸사 방문한 것이었는데 그때 전시장 앞에 대나무 숲이 있었다. 높은 대나무 아래 죽순들이 우후죽순 나 있는 걸 보고 '정말로 우후죽순이네'라고 생각했다. 대나무 숲에는 <죽순을 가져가지 마시오> 경고표지판이 있었다.


부산여행을 마치고 온 후 우리 가족은 온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됐다. 후유증이 꽤 오래갔다.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소독을 해도 같이 사는 가족이 안 걸릴 수는 없었다.


9월이면 시댁에 맡긴 둘째를 데리고 오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평일인데도 부지런히 저녁마다 외식을 다니고 있다. 남편과 나는 저녁때만 되면 서로를 대나무 숲인 듯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쉼 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아이가 엄마 아빠 입을 막고 조용히 하라고 할 수준으로 떠든다.


"이따 저녁에 이야기하자." 평일 카톡은 늘 이런 식이다. 저녁시간 떠드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해야 속이 편한데, 며칠 전에는 신점 타로도 혼자 보고 왔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남편분과 본인 두 분 다 같은 흐름으로 갈 거예요."


대나무는 대나무 숲 그 자체다. 대나무가 대나무인 이유도 그런 것이다. 대나무는 객체처럼 보이지만 대나무 숲으로써 대나무가 있는 것이다. 대나무의 번식방법이 참 독특한데 땅속으로 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번식이 더 빨라지고 우후죽순 죽순이 자란다. 대나무를 떠올려보면 대나무 숲으로만 있지 대나무 달랑 하나로 있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대나무의 번식방법은 그것 자체로 장점이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 되는데 그 이유는 나무 하나가 시들면 숲 전체가 사라져 버릴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에 대한 명언들이 많다. 마디가 있는 나무도 대나무뿐인데 대나무가 곧게 뻗을 수 있는 건 나무 안이 비어있고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녁이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보니 계절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린이집 하원을 하는데 연장반 선생님께서 내게 그림  장을 건넨다. "이거 조아가 그린 거예요?"라고 물으니 아이는 당연한  묻는다고 짜증을 낸다. 우리 아이가 그렸다기엔 너무  그려서 물어본 거였는데. 아이는 확실히 아이구나! 이렇게나 멋지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우후죽순 마디를 만들며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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