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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을 코 앞에 두고 출산휴가 끝자락에 가족들과 부산여행을 간 적이 있다. 동생이 부산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서 겸사겸사 방문한 것이었는데 그때 전시장 앞에 대나무 숲이 있었다. 높은 대나무 아래 죽순들이 우후죽순 나 있는 걸 보고 '정말로 우후죽순이네'라고 생각했다. 대나무 숲에는 <죽순을 가져가지 마시오> 경고표지판이 있었다.
부산여행을 마치고 온 후 우리 가족은 온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됐다. 후유증이 꽤 오래갔다.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소독을 해도 같이 사는 가족이 안 걸릴 수는 없었다.
9월이면 시댁에 맡긴 둘째를 데리고 오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평일인데도 부지런히 저녁마다 외식을 다니고 있다. 남편과 나는 저녁때만 되면 서로를 대나무 숲인 듯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쉼 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아이가 엄마 아빠 입을 막고 조용히 하라고 할 수준으로 떠든다.
"이따 저녁에 이야기하자." 평일 카톡은 늘 이런 식이다. 저녁시간 떠드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해야 속이 편한데, 며칠 전에는 신점 타로도 혼자 보고 왔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남편분과 본인 두 분 다 같은 흐름으로 갈 거예요."
대나무는 대나무 숲 그 자체다. 대나무가 대나무인 이유도 그런 것이다. 대나무는 객체처럼 보이지만 대나무 숲으로써 대나무가 있는 것이다. 대나무의 번식방법이 참 독특한데 땅속으로 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번식이 더 빨라지고 우후죽순 죽순이 자란다. 대나무를 떠올려보면 대나무 숲으로만 있지 대나무 달랑 하나로 있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대나무의 번식방법은 그것 자체로 장점이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 되는데 그 이유는 나무 하나가 시들면 숲 전체가 사라져 버릴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에 대한 명언들이 많다. 마디가 있는 나무도 대나무뿐인데 대나무가 곧게 뻗을 수 있는 건 나무 안이 비어있고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녁이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걸 보니 계절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린이집 하원을 하는데 연장반 선생님께서 내게 그림 한 장을 건넨다. "이거 조아가 그린 거예요?"라고 물으니 아이는 당연한 걸 묻는다고 짜증을 낸다. 우리 아이가 그렸다기엔 너무 잘 그려서 물어본 거였는데. 아이는 확실히 아이구나! 이렇게나 멋지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우후죽순 마디를 만들며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