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다이어리
2주 만에 방문한 정신과에서는 2주 사이 말도 조금 빨리지고 좀 나아지신 것 같다고 했다. 의사가 본 것처럼 2주 사이 많이 괜찮아졌다. 약뿐만 아니라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지난 2주 동안 해왔으니까. 마음이 힘들어서 다 멈춰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아예 주저앉지 않았다. 책이 안 읽힌다고 책을 읽지 않은 게 아니라 책 표지라도 둘러보러 도서관에 들렸다. 나가기 싫다고 나가지 않은 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나갔다가 잠시 나 혼자 걷고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조금씩 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 연습을 해왔던 것 같다. 나는 이래라고 섣불리 나를 안다고 여기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약을 먹은 이후로 식욕이 더 준 것 같다고 하니 우울감과 식욕은 어쩔 수 없이 연결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식욕을 돋우는 우울증 약도 있다고 하는데 굳이 살이 찌고 싶은 건 아니어서 지금 먹는 약으로 계속 처방받기로 한다. 의사는 너무 약에 의존하기보다 약의 도움으로 우울감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자고 했다. 20분 정도 지난 성격검사에 대한 결과와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상담이 진행됐는데 솔직히 큰 위로가 된다거나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평상시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그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정도의 조언을 해주었다.
모든 사람에게 솔직할 필요는 없다는 것. 가면을 꼭 나쁜 것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는 것.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 하루 중 육아할 때가 제일 힘들다고 의사에게 털어놓았을 때도 의사 선생님은 ’그럴 수 있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그런 정도의 여지를 주는 조언이라서, 충분한 도움이 되는 조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도움이 안 된 것도 아니다. 이번 상담을 받고 든 생각은 내가 꼭 우울증이라서 힘든 게 아니라 ’그냥 누구나 내 상황이라면 힘들 수도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느낀 것 같다. 몸에 난 종양 처럼 눈에 보이는게 아니라서 우울증은 치료하면 할수록 어렵다. 보이지 않는 병이기 때문에 병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애초에 그런 병이 존재했었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것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