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엄마
내가 나를 좀 잘 대접해주어야겠다. 내 삶의 목표는 훌륭하게 존재하는 데 있다. 내게 비난의 눈길을 거두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듬어주며 지내야겠다. 힘들긴 했지만 지금까지 잘 걸어왔고, 앞으로도 아픈 몸 잘 추스르며 걸어갈 것이다. 내게 채찍질하지 않고, 콧노래 부르며 산책하듯 가야겠다. 마음을 담아 나를 들여다보고, 마음이 닿는 걸 놓치지 않으며 지내야겠다. 때로는 그 길이 가파르고 오르기 힘들지라도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채워가며 걸어가리.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 있다는 카를 바르트의 말에 밑줄을 긋고 오래오래 곱씹어 보는 날이다.
지금까지 내 삶은 ‘미리’라는 단어가 주는 안도감, 평온함을 즐기며 살아왔다. 미루다가 가끔 ‘하루만 더, 아니 몇 시간만 더......’라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다. 배짱이 없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순발력을 발휘해서 잘 할 자신이 없어서 미리 해 온 것은 아닐까. 나름대로 시간을 더 가지고 좀 더 잘해 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새가슴이 아니었던가. 요즘은 가끔 미루기에 도전을 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 미리 가방을 싸두곤 했었지만 이제는 전날 여행 가방을 챙겨보기도 한다. 자신을 볶으며 살아온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 비롯된 작은 변화라고 할까. 내가 내게 작은 선물이라도 매일 건네며 살아가야겠다.
<산맥>
험준한 산길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나무들
요란스레 희망에 들뜨지 않고,
절망을 만나도 굽히지 않았던 시간
지금 통과하는 능선과 능선이
굽이굽이 산맥을 이루리라
절벽이 잇닿은 길들
두려움을 넘어서
가파른 생애를 이끌고 넘은 이들이 산맥이다
꼿꼿한 산맥을 보라
얼마간의 벼랑이 구석구석 숨겨져 있다
온몸으로 끌고 온 굴곡
일몰에 한층 선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