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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잡은 옷자락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여인은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고 싶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조용히. 말하지 않고, 묻지 않고, 그저 스치듯 예수의 옷자락을 잡고 싶었다.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았다. 아니, 충분해야만 했다. 열두 해. 피가 멈추지 않았다. 그 시간만큼이나 그녀를 둘러싼 시선도 멈추지 않았다. 부정하다, 더럽다, 가까이 오지 마라. 사람들 사이에서 늘 숨고, 피하고, 지워져야 했다. 의사에게 가진 것을 다 써버렸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믿음뿐이었다. '이분이라면, 이분의 옷자락만 잡아도 나을 것이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흐르던 피가 멈췄다. 몸이 가벼워졌다. 구원의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퍼졌다. 그런데 그때, 예수가 걸음을 멈췄다.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여인은 움츠러들었다. 군중이 웅성였다. 다들 예수에게 밀려들고 있었다. 베드로도 말했다. "선생님, 사람들이 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는 다시 말했다.


"누군가 내게 손을 댔다. 내게서 능력이 나간 줄을 알았다."


여인은 숨을 곳이 없었다. 그녀는 두려웠다. 자신의 손길이 들켜버렸다. 그러나 동시에 알았다. 예수는 이미 알고 계셨다는 것을.


사람들 앞에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손을 댔습니다."


예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그녀는 더 이상 숨지 않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묵상하며 생각한다. 왜 예수는 그녀를 숨겨두지 않으셨을까? 옷자락을 잡는 순간 이미 병은 나았는데, 왜 굳이 사람들 앞에 그녀를 세우셨을까?


믿음은 혼자서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선포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병이 나은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부정하다고 여겨졌던 그녀가, 군중 속에서 손을 뻗을 수 없던 그녀가, 그 믿음 하나로 예수 앞에 서게 된 것이 기적이었다.


나는 이번 주 내내 기도했다. 이번 주에는 아픈 이들의 소식이 내게 많이 전해졌다. 아픈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병이 나았으면 하고, 평안이 임했으면 한다고 하나님께 내려놓았다. 그렇게 처음으로 금요기도회에 기도 제목을 올리기도 했다. 하나님은 아시지만, 그럼에도 다함께 기도해야만 한다. 오늘 혈루증을 앓던 여인의 이야기를 예수님이 직접 재차 물었고, 여인이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나는 그러므로 생각했다. 예수님은 아셨다.


군중 속에서 여인이 손을 뻗었다는 것을. 내가 눈을 감고, 마음을 모으고, 조용히 기도했다는 것을. 그러니 나도 이제 믿어야 한다. 내 작은 손길이, 내 작은 기도가, 하나님 앞에 가닿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오늘도 기도했다. "하나님,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제 기도는 이제 우리의 기도가 되었어요. 믿음이 작을 때에도, 제 손이 당신을 향하게 해주세요. 제 손이 우리의 손이 되게 해주세요. 아픈 이들에게 평안을 주시고, 그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기도 해요. 우리 모두의 죄를 씻겨주신 것처럼 그들의 아픔을 거두어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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