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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려움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아침이었다. 날은 맑았고, 물살은 잔잔했다. 하지만 시몬베드로는 지쳐 있었다. 밤새 헛된 노동을 했다. 그물을 던지고 건져 올리는 일을 반복했지만, 돌아온 것은 텅 빈 손뿐이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이 이런 허탕 치는 날이지 않나. 아무리 애써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때. 노력과는 상관없이 일이 흘러가버릴 때.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들. 억울하고, 지치고, 그러다 점점 기대하지 않게 되는 날들. 시몬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오늘도 허탕이구나 포기할 무렵, 예수님이 나타났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라."


시몬은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말씀에 의지하여" 그는 다시 노를 저었다. 어부의 본능이 아니라, 경험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말씀이었지만 그저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잡혔다. 배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이쯤 되면 기뻐해야 하지 않나? 예전에 성경을 읽을 때는 표면적인 것만 보고 막연하게 기뻤을 것 같다 생각했던 것 같다. 마침내 일이 풀리는구나, 드디어 내게도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 하고 기뻐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시몬베드로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 이렇게 말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나는 이 반응이 너무 사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성경에서 자주 목격 되는 두려움이다. 특히 '거룩'이 등장할 때 인간은 늘 두려워했다. 모세가 떨기나무 앞에서 신발을 벗고, 이사야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고 외친 것처럼. 시몬베드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알았다. 이건 단순한 기적이 아니었다. 고기를 주신 분이 아니라, 그분이 누구신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


거룩 앞에 설 때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얼마나 죄가 많은지 깨닫게 된다. 하나님이 멀리 계실 때는 죄도 가볍다. 비교 대상이 없으니 문제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다르다. 빛 앞에 서면 그림자가 선명해지는 것처럼, 하나님의 거룩 앞에 설 때 내 안의 나약함과 탐욕과 교만이 선명해진다. 그래서 두렵다.

나는 그 두려움을 알고 있다.


시몬베드로는 그 두려움 속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부터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을 낚는 일. 나는 이 말씀이 시몬의 두려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두려움은 죄 때문이었지만, 예수님은 두려워 떠는 시몬 앞에 그의 사명을 이야기했다.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말씀하셨다.


그는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러므로 생각해야 한다. 나는 기도한다. "주님, 저는 자주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성공이 더 두렵습니다. 뜻하지 않은 축복이 왔을 때, 주신 것보다 주신 분을 보아야 하는데, 저는 쉽게 그것을 잊습니다. 시몬베드로처럼 거룩함 앞에서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시고, 그 두려움 속에서도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아멘."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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