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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나는 기도할게요, 라고 말하면 곧장 기도한다. 그렇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네 건강을 위해 기도할게." "네 병을 고침 받게 해달라고 기도할게." "네가 오늘 덜 외롭길 기도할게." 말이 끝나자마자 눈을 감고 기도 한다.


점점 기도할 것이 많아진다. 매주 늘어난다. 주변의 아픈 지인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친구들. 나 자신을 위한 기도는 오히려 점점 하지 않게 된다. 하루가 기도하기에도 모자랄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삶이 기도가 된다. 기도를 통해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게 된다.


크리스천들은 왜 이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선심 쓰듯 도와주는 태도가 싫다고도 한다. 그런데 나에게 기도는 그런 게 아니다. 기도는 나의 유익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기도하는 이유는 상대를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마태복음 5장 1절에서 12절 말씀(개역개정)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그들의 것이요.”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뭘까. 가난한 사람은 아쉬움이 많다. 필요한 것이 많고,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런데 이 말씀은 그런 부족한 상태가 오히려 천국을 소유하게 한다고 말한다. 온유한 자는 땅을 기업으로 받고, 애통해하는 자는 위로를 받고, 화평하게 하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라 불린다.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것이 없다. 주면 도로 받는다. 믿는 사람들은 박해를 받고, 욕을 먹고, 악한 말을 듣는다. "너희의 상이 크다"라는 말은 이런 핍박이 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 그것을 성경은 그게 복이라고 말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천국을 얻고, 애통하는 자는 위로를 받으며, 온유한 자는 땅을 얻는다고 했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긍휼히 여김을 받고, 화평하게 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거라고 했다. 나는 이 말씀을 기도를 하면서 체감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상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마음이 가난해지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애통해할 때 내 안의 슬픔도 씻긴다. 기도는 남의 짐을 함께 드는 일 같지만, 실은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 하고, 셀 수 없이 많이 받은 기도를 감사하며 산다. 기도는 누군가의 아픔과 기쁨을 품는 일이고, 그렇게 품는대로 내 것이 된다. 하늘에서 받을 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하루도 나의 하루인 채로 큰 상을 받고 있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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