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출퇴근길 플로깅을 시작한 지 며칠 안 됐다.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별것 아닌 실천인데, 내 안에서 일어난 일은 참으로 별것이었다. 며칠 전 회개기도를 하던 중, 뜬금없이 길가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이 떠올랐다. 이상한 연결이었다. 쓰레기를 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길을 걷다 보면 아이들은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곧잘 본다. “저기 쓰레기 있다”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쓰레기를 줍지 않고 그냥 지나치곤 했고, 그런 장면들이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신경이 쓰인 건 수년인데, 막상 실천은 이제야 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플로깅을 해보니, 플로깅과 회개의 패러다임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플로깅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가 눈에 띈다. 특히 담배꽁초가 굉장히 많다. 플로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많은지조차 몰랐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계속해서 시야에 잡힌다. 그건 마치 말씀 앞에 선 내 마음과도 닮아 있다. 하나님의 시선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죄가 죄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러나 말씀이 내 안을 비추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해지고, 이어서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많았구나.” “이게 여기에 있었구나.” 그렇게 죄를 인지하게 된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며, 무심코 그것을 버린 사람의 모습까지 상상하게 된다. 남의 죄도 당연 잘 보이게 된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순간에도 플로깅은 멈추지 않는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나는 회개가 시작되면 죄가 확장된다는 의미를 반추하게 된다.
그제야 이 시대에 만연한 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손을 뻗고 허리를 굽혀 작은 쓰레기를 주워 담는 순간, 그 자세는 마치 기도의 자세와도 닮아 있다.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굽히고, 손으로 조심스럽게 쓰레기를 집는다. 회개가 단순한 감정적 울음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내가 버린 것이 아님에도 그것은 나의 죄가 된다. 내가 줍는다. 무심코, 무지함으로 쓰레기를 보지 못한 죄. 인간 안에 뿌리내린 원죄이기도 하고, 오늘 내가 저지르는 자범죄이기도 하다. 누군가 무심히 던진 종이, 담배꽁초, 플라스틱 조각들. 그것들은 내 책임은 아니지만, 내가 줍지 않으면 거리는 여전히 더럽다. 죄가 넘쳐나는 세상, 이 땅의 구조와 불의와 상처들이 내 곁에 쌓여 있다. 하나님은 그 죄의 현실 앞에서 나를 부르신다. 그건 벌이 아니라 사역이다. 단순한 환경 정화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이 땅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먼 곳이 아니라, 내가 걷는 길 위에서 시작된다. “신이 있다면 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냐”는 질문 앞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것을 본 너라면, 이제 네가 가야 한다.”
플로깅은 끝이 없다. 주워도 주워도 쓰레기는 다시 나타난다. 날마다 돌아서고 또 돌아서야 한다. 어제는 몰랐던 죄가 오늘은 보이고, 오늘은 지나쳤던 일이 내일은 마음을 찌른다. 플로깅은 때로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나한테도 플로깅을 하라는 건가? 난 쓰레기도 안 버리고 착한 사람인데?” 난 쓰레기 줍는 행위를 했을 뿐인데, 시혜적인 태도라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오늘 묵상한 말씀은 누가복음 21장 34절부터 38절 말씀이다. 뜻밖의 마음을 조심하라.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방탕함과 술 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너희 마음이 둔하여지고…” 생활의 염려. 그것은 꼭 죄 같아 보이진 않지만, 은근히 내 영혼을 잠들게 하고 덫을 보지 못하게 한다. 예수님은 그날이 덫과 같이 임할 것이라 경고한다. 덫은 예고하지 않는다. 조용히 숨어 있다가, 가장 방심한 순간에 작동한다.
그래서 깨어 있으라고, 항상 기도하라고 한다. 하루 중 문득 멈춰 “주님, 지금 제가 어디쯤인가요?” 하고 물어보는 마음도 기도가 될 수 있다. 그분은 여전히 이른 아침 성전으로 나아오시는 자들을 기다리고 계신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