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것 같아도 떨어지지 않아요 - 스윗드림, 헤븐
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폴변태가 된 것이 분명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일상에서 동작이름을 순간적으로 떠올릴 때다. 예를 들면 다리를 꼬고 앉을 때는 ‘시팅버드’, 까치발을 들어 물건을 꺼낼 때는 ‘발끝포인’ 나도 모르게 일상 생활 속에서 폴 생각을 한다. 사실 딱히 아는 게 없어서 떠오르는 게 많지는 않다.
오늘 수업은 웜업을 할 때부터 다리 스트레칭을 많이 하는 것이 오늘 배울 동작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가끔 이렇게 웜업을 하면서 오늘 수업의 스포를 당하기도 한다. 그립제도 허벅지안쪽, 오금, 아킬레스건 골고루 발랐다. 큰일이다. 단단히 심상치 않은 동작을 배우는 것이 분명했다.
수업을 하다보면 ‘아, 나도 조만간 저걸 하는 순간이 오겠지?’ 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엥겔폴더와 같은 동작이다. 머리가 폴 아래 있는 동작. 폴에 하체를 걸고 몸을 앞으로 숙여 접으면서 내려온다. 게다가 폴을 잡고 있던 손까지 야무지게 풀어 양팔로 두 다리를 안아 감는다. 상체가 내려가는 것도 무서운데 다리까지 안아야 된다니. 바닥에서도 안 되는 자세를 어떻게 폴 위에서 할 수 있을까.
“선생님! 못 하겠어요!”
“안 떨어져요. 내려가요. 제발.”
안 떨어진다는 선생님의 호령에도 이건 반드시 미끄러질 것이라는 강력한 위기의식으로 상체가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이 내 하체를 잡아주고 그제서야 상체를 내려보았다.
‘엥겔폴더’ 후 이어서 한 동작은 ‘프리티’인데 이 동작은 예전 폴파티 때 더블 폴을 타면서 배웠던 동작이다. ‘스윗드림’은 왼 오금을 앞으로 걸어주고 오른 다리를 폴 뒤로 세워 폴에 걸린 상태에서 오른 엘보를 폴에 낮게 건 뒤 나머지 왼 팔은 오른손을 잡아 팔을 기대 잠을 자는 듯한 포즈를 취해주는 동작이다. 이름이 정말 사랑스럽다. 물론 내가 한 동작은 ‘악몽’이었지만. ‘코자요’ 손을 만들고 ‘이게 맞나요?’하는 표정으로 선생님 표정을 살폈다. ‘어쩌면 좋을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문제의 엥겔폴더. 영상에 어떻게 찍혔나 보니 나름대로는 천천히 상체를 내려온 거 같은데, 굉장히 빠르게 포기하고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찰나로 동작을 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잠깐 내려갔다 올라왔다. 이렇게 찍힌 영상을 보면서 매번 자기객관화를 한다. 폴에 올라갔을 때는 몰랐던 나의 실수도 분명하게 확인한다. ‘실제속도’와 ‘체감속도’가 매번 다르다. 우울증 환자들의 우울에 대한 체감도 비슷한 것 같다. 삶도 이 처럼 객관화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의 실수는 도입이라는 것이 없이 냅다 폴에 오른 것이다. 이것도 찍힌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다. ‘오늘도 너무 급했다. 마음만 앞섰구나!’ 생각했다. 그 앞선 마음 때문에 오늘은 시작부터 폴에 속도라는 것이 없었다. 폴이 돌지 않아 나중에는 거의 고정폴에서 한 것이나 다음 없이 되어버렸다. 도입이라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원래는 오늘 수업은 회전이 빠른 동작들이기 때문에 어지러워야했는데, 하나도 어지럽지 않은 채로 수업이 끝나버렸다. 다들 어지럽다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나만 어지럽지 않고 아프지도 않았다. 그게 더 불안했다.
분명한건 오늘 수업을 통해 나의 취약동작을 알게 되었다. 상체가 내려가지를 못 한다. 나에게는 엥겔폴더와 아래로 접는 동작이 취약하다. 마침 새해가 되었는데 새해 목표가 생겼다. 올해는 꼭 엥겔폴더와 같은 동작을 제대로 잘 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