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선, 로그아웃

_동생

by 최서영

너의 시선, 로그아웃 _동생

나는 기본적으로 눈치가 빠른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누가 날 싫어해도 쉽게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호감을 얻으려고 아등바등했다.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나보다 위라면 더더욱.


나도 그렇지만, 사람에게 한 번 박힌 인상은 깊고도 깊은 것이라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딱히 폭력적인 언행을 들었거나 욕설을 한 것이 아님에도,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부여 해보고, 항상 결론은 나를 싫어해서 저러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귀결됐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분노만 남아, 나도 맘껏 싫어할 테다 다짐해도, 결국 약해지는 쪽은 언제나 내 자존감이었다. 단 한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은 것뿐인데도 그 생각에 매몰되어, 부정적인 생각이 퍼지고, 내가 잘 하는 게 없다는 생각까지 다다른다. 내 자신이 한심하고 처량하게 느껴져 퇴근길 버스 안에서, 우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 상황적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그 이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또 만나게 되자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동일한 상황에 계속 마주하니 이제는 내가 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나만의 방식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나는 항상 내 할 도리를 한다. 할 도리를 하는 행위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 하도록 대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 할 도리부터 제대로 한다면, 그 사람 외에 날 싫어할 사람이 생길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 사람의 행동에 하나하나 의미부여 할 일도 없어진다.


최근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말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다른 곳에서 스타가 되면 된다고. 또 다른 연예인도 말했다. 내가 어느 한 쪽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내 인생 전체가 망한 것은 아니라고.


이를 테면 내 부캐릭터(줄여서 '부캐')가 여러 개 있어서, 하나의 부캐가 누군가에게 미움 받고 실패하면 그 부캐로부터 '로그아웃'하고, 다른 부캐 혹은 내 본캐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내 본캐, 그리고 다른 부캐들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고 인정 받고 있으니까.


사실은, 아직 완벽히 단단해 지지 않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알면서도, 막상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하면 주눅 들고 약해지고 만다. 하지만 도망가는 것에도 용기는 필요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덜 스트레스 받는 게 가장 중요하기에, 나는 도망가고 도망간다. 날 싫어하는 그 사람이 없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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