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사

_엄마

by 최서영

어떤 이사 _엄마

'사회생활은 매순간이 합평의 시간들이었다'는 구절에서 내 마음이 글썽였다. 7학기만에 우수한 성적으로 조기 졸업을 하면서 딸에게는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좀 더 안정된 일자리를 권했는데, 얼마 후 딸이 선택한 길은 더 험한 길이었다. 그곳에서 '꼬마 가지 최'로 알려지면서 힘들지만 열심히 직장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딸의 글을 읽어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궁금한 것들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길을 걸을 때도 울었다'는 딸의 글을 읽고 또 한 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딸은 국회에 근무할 때 잦은 출장으로 무척 힘들었을 텐데도 명랑한 얼굴로 재미있는 일, 좋은 것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시청으로 이직하면서 남들이 말리는 일인데로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딸의 모습이 당당해보였고.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추진한 것들이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매우 즐겁게 직장생활하는 딸의 모습이 든든하고 대견했다.


그리고 다양한 '딴짓'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좀 더 폭 넓게 샬아가는 모습이 참 즐거워보였다. 그곳에서 평생 짝을 만나 결혼까지 했으니 얼마나 좋았던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만남, 그 인연을 소중하게 가꿔 가리라는 큰 믿음이 생긴다. 우리 부부는 딸이 살아온 모습을 보면서 선택한 것에 믿음을 갖게 되었고, 앞으로의 그의 삶에 대한 기대도 크다. 변화와 모험을 즐기는 딸 부부의 삶을 응원한다. 그리고 딸이 스페셜리스트이면서 동시에 제너럴리스트가 되길 염원한다.


딸에 비하면 비교적 평탄한 직장생활을 해온 내게도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시간들을 담은 시 한편을 딸들에게 건넨다. 이 시는 조용한 바이올린 음악을 깔고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이사>

해발 1000여 미터 정상에서

옮겨온 앵초

제 몸이 이삿짐의 전부인

풀꽃이 멀미를 하고 있다


첫 발령지를 찾아들던

내 스무 살의 이사 멀미,

풀꽃 속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주소가 들어 있다


뒤척이며 잠 못 들던 생의 굽이들

지난 주소록들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지고 있던 것

저 혼자 몸 뒤채면서도

다시 일어설 저 풀꽃

뿌리 근처를 흐르는 물소리

햇빛의 지문, 바람의 숨결을 지닌

시간의 꽃,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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