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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Sep 28. 2020

_엄마

오늘처럼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엄마가 작은 무쇠솥 뚜껑을 거꾸로 한 후 만들어 주던 호박전과 김치전이 그립다. 맛난 것들을 먹고 나서 눅눅해진 방에 불을 넣어 따뜻해진 아랫목에 엎드려 책을 읽곤 했다.그러다가 어느새 낮잠에 들기도 했고. 내 딸들은 이런 날 엄마가 해준 음식 중 무얼 떠올릴까? 


놀이터에서 만난 엄마들과 스스럼없이 육아 정보를 나누고, 음식까지 나누며 지낸다는 애기에 내 가슴 안쪽이 따스해져 온다. 참으로 지혜롭게 육아를 하는 것이 대견하여 모두 안아주고 싶다. 딸이 이들과 오래오래 좋은 이웃으로 지내길 기도한다. 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끔 아기들을 볼 때마다 이 나라의 새싹들이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돌곤했다. 이 아기들이 야무진 엄마들 덕분에 건강하고 슬기로운 아이들로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빗소리를 들으며 이 시를 소리내어 읽는 딸들을 그려보는 날이다.


                                      <곁>

의가 좋다는 떡갈나무와 잣나무


서먹하다는 뽕나무와 오동나무


그들이 숲을 이루며 살고 있다


산그늘 같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들


어둑한 나를 힐끗 쳐다보는 이들


이들과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파란만장, 허둥지둥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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