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돼볼게-
상자의 용도는 담아내는 종류만큼 다양하다. 선물 상자의 경우 받는 이는 안이 보이지 않기에 기대에 부풀며, 보내는 이는 받는 이가 상자를 열었을 때의 기쁨을 몰래 상상한다. 보관 상자는 시간에 틈을 낸다. 그 틈 사이로 망각이 서서히 스며들어 종국에는 선물 상자와 용도가 같아진다. 보내는 이는 받는 이를 생각하고. 받는 이는 보내는 이를 생각하는 것은 상자의 변하지 않는 본질처럼 느껴진다.
소설 <모모>에서는 시간을 느끼는 것을 ‘가슴’이라 말한다. 세상이 쿵쿵거리는데도 가슴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는 말과 함께. 그러고 보면 가슴은 ‘상자’와 같다. 시간을 담아두는 상자. 간직한 시간을 누군가에게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의 시간을 받기도 하는 상자. 받는 이가 열어보았을 때의 기쁨과 주는 이가 그것을 확인하는 기쁨을 생각하며. 나의 상자가 텅 비어있지 않게 시간을 고이 여투어 둔다.